명인전 44년 역사상 처음으로 아마추어가 본선에 진출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지난 9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 39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예선 결승전에서 조인선 아마 7단이 프로 기사 서건우 5단을 물리치고 본선 16강에 진출했다. 명인전이 3년 전부터 아마추어에게 출전 문호를 개방한 이래 실제로 아마추어가 본선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인선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아마 선발전을 통과해 명인전 통합예선 출전권을 획득한 후 지난달 18일부터 시작된 통합 예선에서 양상국, 박지은, 박소현에 이어 랭킹 12위 윤준상을 이겨 돌풍을 예고하더니 마침내 예선 결승에서 서건우까지 물리치고 본선 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다.
사실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에게도 주요 기전 본선 진출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예선 결승전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도 "저도 최근에 국내 기전 본선에 올라간 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인데 아마추어 신분으로 본선에 오르다니 정말 대박입니다"라고 축하했다.
조인선은 이번 명인전 본선 진출로 입단 포인트 50점을 획득해 한국기원이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특별 입단 제도의 첫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마추어 기사가 국내외 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성적에 따라 정해진 입단 포인트를 지급하고 누적 점수가 100점을 넘으면 특별 입단을 허용하는 제도다. 입단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국내 기전은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과 올레배 등 두 개고 세계 대회로는 비씨카드배, LG배, 삼성화재배가 있다. 명인전의 경우 통합 예선 결승에 진출하면 30점, 본선 16강 진출 50점, 본선 8강 진출 80점, 본선 4강 진출은 100점의 입단 포인트를 준다.
조인선은 올초 LG배 예선결승 진출로 이미 입단포인트 30점을 획득했고 이번에 명인전 본선 16강 진출로 50점을 확보했기 때문에 앞으로 명인전 본선에서 한 판만 더 이기면 30점을 추가, 특별입단에 필요한 100점을 넘어서게 된다. 입단포인트는 개인별로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만에 하나 이번에 입단을 못하더라도 다음에 합산해서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조인선은 13일부터 열리는 제130회 입단대회 본선 64강에도 진출해 있기 때문에 어쩌면 그전에 프로 입문이 가능할 수도 있다.
조인선은 1990년 충남 공주 출생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동네 바둑 교실에서 처음 바둑을 배웠는데 뛰어난 기재를 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서울로 올라온 그는 장수영도장과 양재호도장에서 프로 입문을 목표로 바둑 공부를 했다. 그러나 10여 년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입단에 실패, 결국 2009년 나이 제한에 걸려 연구생에서 퇴출당했다. 그 후 충암바둑도장에서 기숙하면서 하루 12시간 이상 바둑 공부에 매진하며 프로의 꿈을 키워 왔다.
한편 9일 열린 또 다른 예선 결승전에서는 윤찬희(3단)가 양건(9단)을 이기고 본선에 진출했다. 이로써 올해 명인전 본선 멤버 16명 가운데 시드 배정자 4명(박영훈, 원성진, 이창호, 강동윤)과 예선 통과자 6명(나현, 이태현, 이춘규, 김승재, 조인선, 윤찬희) 등 모두 10명의 명단이 확정됐다. 나머지 6명은 앞으로 매주 두 판씩 예선 결승전을 치러 선발한다.
오는 16일에는 얼마 전 지지옥션배서 8연승을 기록해 화제가 됐던 새내기 여자 기사 최정(초단) 대 여자상비군 코치 조한승(9단)의 맞대결과 김형환(5단) 데 서중휘(3단)의 예선 결승전이 바둑TV스튜디오에서 동시에 열린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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