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통 등으로 쓰이는 유리 식기의 안전성을 놓고 국내 양대 제조업체인 락앤락과 삼광유리(글라스락 제조사)가 충돌했다.
유리 식기는 일반 플라스틱 밀폐용기와 달리 전자레인지나 오븐 등으로 가열하는 경우가 많아 열에 견디는 강도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두고 양사 간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현재 글라스락은 미국에서 사용하는 강화유리로 제품을 만드는 반면 락앤락은 보통 유럽에서 쓰는 내열 유리로 제품을 제조한다. 그런데 강화유리의 경우 황화니켈(NiS)이 포함돼 저절로 깨지기도 하고, 녹는 점과 열팽창계수가 높아 가열 시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온 것.
이에 대해 강화유리를 쓰는 삼광유리는 11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실시한 6가지 항목의 시험에서 강화유리로 만든 글라스락이 내열유리 식기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삼광유리는 "주로 판유리 제품에서 자연파손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진 황화니켈(NiS)이 식기용 강화유리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아, 강화유리제 식기가 자폭하거나 폭발 또는 비산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식기용 강화유리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락앤락은 "기술표준원은 아직 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므로 삼광유리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날 독일 최대 공과대학인 RWTH 아헨대에서 강의하는 세계적 유리 전문가 안드레아스 카스퍼 박사를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카스퍼 박사는 "공업용 판유리와 달리 모양과 형상이 있는 강화유리 식기는 모서리 등에 균일한 강화처리가 힘들어, 지속적인 열 충격이나 흠집에 취약해 파손되기 쉽다"며 "강화유리 식기를 많이 사용하는 미국에선 폭발과 비산 등의 신고가 많지만 내열유리 식기를 사용하는 유럽에선 그런 일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두 회사가 유리 식기의 안전성을 놓고 대립해 온 것은 지난해 3월 식약청이 KS규격의 '내열유리제 식기' 기준에 강화유리를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하면서부터. 이후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개정안은 보류됐고, 기술표준원이 안전성 논란을 종결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4월 실험을 했다. 기술표준원은 식약청 및 총리실 등 관련부처와 협의 후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양사 간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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