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대 권력세습 과정에서 군부 내 신∙구 세대간 권력투쟁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11일 "요즘 북한의 군부 내부는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며 "김일성∙김정일 체제에서 성장한 세대들이 여전히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지만 김정은으로의 3대 권력세습을 주장하는 젊은 강경 그룹이 치고 올라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윗세대는 남쪽과 대화도 하고 경제적 지원도 받으려 하지만 밑에서는 세습을 위해 긴장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며 "일단 밑에서 일을 저지르면 위에서 이것을 덮으려는 상황이 종종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군의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의 포 사격과 관련해 "북한의 이런 도발은 3대 세습을 앞두고 김일성∙김정일 세대의 군부집단과 김정은 세대 군부집단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은 "겉으로는 북한의 정권 승계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꾸 김정은 세습체제로 가다 보니 보위부대 등 군부 내에서 충성할 수 있는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직급상 훨씬 낮은 보위부 군인들의 대우가 더 좋아 군 내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정은을 추종하는 젊은 군부 세력과의 실력 대결에서 밀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의 위상이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군부를 포함한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가능성은 일찌감치 감지됐다. 지난달에는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남북대화를 담당했던 인사들 중 10여명이 총살당하고 20명쯤은 교통사고 등으로 처리돼 숙청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권력투쟁 과정에서 북한 내부의 남북대화 채널이 상당히 무너진 것은 사실"이라며 "여권 내에서 남북대화 추진을 위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북한 내부의 복잡한 사정 때문에 우리 측에서 먼저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변화를 과도하게 해석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권력투쟁이야 있을 수 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전히 건재해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정일 위원장이 이르면 내달 러시아 극동 지역을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회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