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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두 얼굴의 소셜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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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두 얼굴의 소셜커머스'

입력
2011.08.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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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삼동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최근 한 유명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쿠폰 3,000장을 팔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서비스가 엉망이라는 항의가 쇄도했다. 고객들은 소셜커머스 게시판에 불만의 글을 올렸고, 위생을 문제삼으며 관할 구청에 신고까지 하는 바람에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김씨는 "광고효과를 노리고 쿠폰을 판매했는데, 재방문율도 낮고 오히려 단골까지 끊길 뻔했다"며 "쿠폰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 오히려 손해를 보고 폐업까지 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8)씨는 소셜커머스 생각만 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최근 한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유명 햄버거 업체의 세트 메뉴를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는 쿠폰을 샀지만 휴대폰 전송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다. 이씨는 소셜커머스 업체와 쿠폰 판매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해서 따졌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커녕 환불도 받지 못했다. 이씨는 "쿠폰만 팔면 그만이라는 듯 판매 후 나 몰라라 하는 태도에 더 분통이 터졌다"며 "소셜커머스라는 말만 화려하지 온라인쇼핑몰에 비해 고객 불만 처리 등이 많이 부실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소셜 네크워크 서비스(SNS)의 폭발적 확산과 함께 급성장한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가 기로에 섰다. 소셜커머스가 처음 국내에 선 보인지 불과 1년여 만에 업체 수 500여개에 추정 시장 규모만 5,000억원으로 훌쩍 커졌지만 외형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그야말로 '소셜'이 빠진 부실 온라인 쇼핑몰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급기야 1위 소셜커머스 업체가 미국 업체에 매각돼 '먹튀'논란이 일면서 대중의 눈길이 차갑게 식고 있다.

소셜커머스는 원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소비자를 끌어 모아 마케팅, 광고 비용 등을 줄이는 서비스다. 기존 인터넷 공동구매와 달리 소비자가 스스로 인맥과 입소문을 활용해 상품을 홍보하기 때문에 더 높은 할인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미국의 그루폰이 대표적 성공 모델로 꼽히는데, 그루폰은 소비자가 SNS 친구에게 상품을 소개할 경우 10달러 쿠폰을 제공하는 등 이용자의 입소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시작부터 치열한 경쟁으로 다소 기형적으로 성장했다. 업체들은 SNS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끌어내기보다는 대형 포털과 TV 광고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소비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수십 억원에 이르는 홍보 비용 때문에 SNS 입소문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는 거의 볼 수 없다. 또 급증하는 홍보 비용을 대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국 자본을 유치하면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소비자 불만 처리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결국 이런 방법으로 급성장한 국내 1위 업체 티켓몬스터가 최근 미국 2위 소셜커머스 업체에 매각되자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광고로 회사를 키운 뒤 대기업에 비싸게 팔려 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단기간에 성장만 추구하다 보니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업체들은 쿠폰을 팔겠다고 나선 동네 식당, 카페 등 자영업자들에게 2,000~3,000장 이상 대량 매매를 강요하고, 반값 할인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할인까지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파워블로거와 계약을 맺고 맛집으로 소문을 내주는 비양심적 마케팅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업체의 마케팅 담당 강모(29)씨는 "한 소셜커머스 업체와 상담을 했더니 쿠폰 3,000장 이상을 팔면 자신들과 계약을 맺은 맛집 전문 파워블로거를 매장에 보내 홍보를 해주겠다고 했다"며 "파워블로거에게 돈을 주고 입소문까지 내는 방법을 쓴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쿠폰 판매 사이트에 게시된 것과 다른 물품이나 서비스, 제멋대로인 환불 규정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구입 쿠폰을 사용하기도 전에 판매 회사가 문을 닫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붐을 이룬 2000년대 초처럼 소셜커머스가 시장에 올바로착근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윤화(38) 전문연구원은 "소비자 불만이 속출하자 최근 업계에서 소비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환불 보장 등의 노력을 하겠다지만 지켜봐야 한다"며 "정부도 소셜커머스 업체의 소비자 보호 의무를 명확히 하고, 위반 시 강제성 있는 규제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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