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가 세계 정상들의 휴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망중한을 즐기다 급거 귀국하는가 하면 아예 처음부터 가지도 못한 정상들도 있다. 휴가를 가더라도 휴가지에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등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형국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가족들과 함께 매사추세츠주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에서 예정대로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취임 후 지금까지 두 차례 여름휴가를 모두 이곳에서 보냈다. 그러나 따가운 여론 때문인지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일정 시간을 보내겠다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미국인은 없을 것”라고 미리 방어막을 쳤다. 미 언론들은 경제위기란 발등의 불을 놔두고 휴가를 즐긴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카니 대변인은 “안보와 경제에 대해 정기 브리핑을 휴가지에서 받고, 필요하면 워싱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일하는 휴가’란 말까지 꺼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9일 경제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휴가를 중단하고 돌아왔다 이튿날 다시 휴가지로 떠나 눈총을 받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부인 카를라 부르니 여사 소유의 지중해 연안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8일 밤 폭동이 격화하자 휴가지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급거 귀국했다. 캐머런 총리는 1일부터 2주 일정으로 휴가를 떠났는데, 자리를 비운 사이 발생한 폭동의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처해 있다.
여론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히 휴가를 즐기는 정상으로는 경제사정이 좋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일하다. 그는 요동 치는 증시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남편 요하임 자우어와 함께 이탈리아 북동부 사우스 티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반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여름휴가를 반납했고, 포르투갈 페드루 파소스 코엘류 총리는 휴가를 연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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