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유모(36)씨는 요즘 "답이 안 보인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가지고 있던 주식이 최근 폭락장에서 반토막 났기 때문. 지난달 중순 첫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만 해도 수익을 올려 비교적 고가의 유모차를 사주려 했지만, 계획을 접었다. 일주일 만에 원금의 40%가 넘게 공중에 사라졌다는 유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터넷에서 싼 유모차를 고르고 있다"며 "아내와도 가급적 지출을 줄이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불과 열흘 만에 200조원이 넘는 돈이 증발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역(逆) 부의 효과'우려가 커지고 있다.'보유 자산 감소 →소비 위축 →생산 감소 →경기 침체 가속'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1,500에서 900까지 600포인트 넘게 빠진 9월 한달 동안 소비는 급감했다. 3대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전달 14.0%에서 9월에는 -0.3%로 뚝 떨어졌고, 대형마트 매출 역시 8월 1.1%에서 9월에는 -9.2%로 대폭 내려앉았다. 당시 줄곧 30%대 이상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던 백화점 명품 매출액 증가율도 20%대로 주저 앉으며 부자들 역시 지갑을 닫은 바 있다.
물론 현재는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지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소비 위축이 수치로까지는 확인되지 않는 상황. A백화점의 경우 이달 들어 10일까지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9.6%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 부진이 장기화하는 경우 이번에도 2008년과 비슷한 경로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월 이후 주가 하락폭이 11%에 달하는 미국에서는 이미 소비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CNBC는 10일(현지시간) "소비 지출이 악화된 징후가 다양한 지표에서 나타나고 이다"고 보도했다. 지난 달 신용카드 결제 규모 증가율이 7.3%로 전달(8.8%)에 비해 크게 감소했고, 컷슈머에지리서치(CER)의 소비자경기지수도 7월 55.4에서 이달 46.9로 추락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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