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가정주부 오모(45)씨는 “아들을 납치했다. 00은행 00계좌로 1,000만원을 바로 입금하지 않으면 옥상에서 밀어버리겠다”는 전화를 받고 인터넷 뱅킹으로 1,000만원을 송금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울음은 아들(13)의 소리로 들렸고 아들의 휴대폰도 연결되지 않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송금을 하자마자 집에 돌아온 아들. “이상한 사람이 계속 전화를 해서 짜증이 나 전화를 껐다”는 말에 경찰과 은행을 통해 지급정지 요청을 했지만 이미 490만원은 인출된 뒤. 김씨는 “은행 상담원 연결에만 5분 이상이 걸렸다”며 “지불중지 절차가 간단했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앞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해 돈을 입금한 경우 112 신고만으로도 해당 사기계좌를 2분내에 묶을 수 있게 된다.
경찰청은 112 신고만으로 예금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고 보다 쉽게 피해금을 환급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차관회의를 통과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112 신고를 하면 각 은행 보이스피싱 상담자에 바로 연결돼 범죄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16일부터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 뒤 하반기 중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자체 시험 결과 새 시스템에서 112신고 시점부터 지급정지까지 1분 30초 가량 걸렸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2분 내외면 사기계좌를 봉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114를 통한 해당 은행 콜센터 문의 -> 콜센터 전화 -> 2, 3단계의 안내멘트 -> 주민번호 입력 등 평균 6단계를 거쳐야 해 지급정지까지 평균 7분이 걸렸다.
112 신고를 통해 지급정지를 한 피해자는 가까운 경찰서에서 피해신고확인서를 발급 받은 뒤 3일 이내에 해당 은행에 피해구제 신청을 하면 별도의 소송절차 없이 피해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허위 요청을 할 경우에는 오는 9월부터 시행예정인 관련 특별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3,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