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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스트레스 받은 가축이 물가 올리네

입력
2011.08.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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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사람만 받는 게 아니다. 가축들도 받는다.

가축들은 특히 날씨에 민감한데, 올해는 긴 장마와 폭우, 폭염 등이 뒤죽박죽 되면서 가축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고 한다. 그 결과 젖소는 산유량이 급감했고 암탉은 계란 생산이 줄어, 해당품목의 수급불안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날씨로 인한 가축들의 스트레스가 물가를 올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0일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개당 122원이던 계란(특란)가격은 현재 169원으로 38.5%나 올랐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소매가격(30구·특란)도 지난해 8월 4,380원에서 올해는 5,950원으로 35.8% 상승했다. 소매가격을 환산하면 달걀 하나에 200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계란 값이 오르게 된 건 일차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 때문에 올해 초 150만마리 이상의 산란계(산란기에 있는 닭)가 도축된 것이 가장 원인이다. 하지만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이어진 올 여름 악천후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산란계가 날씨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입맛이 떨어져 사료섭취를 꺼리면 낳는 계란의 껍질부터 얇아진다. 그 결과 세균에 잘 감염되고, 수송 시 파손되는 비율도 높아져 결국 전체 계란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닭은 땀샘이 없어서 더운 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헐떡거리며 체내의 열을 배출하는데, 호흡수가 증가하면 체내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해 육계(먹는 닭)는 살이 찌지 않고, 산란계는 계란의 품질 저하가 발생한다.

특히 AI 도축 이후 주요 농장에서는 어린 산란계의 비중이 줄고 노계(늙은 닭)의 비율이 전년보다 30%가량 높아졌는데, 노계는 아무래도 계란 생산율이 떨어지고 더위나 폭우 등 날씨 영향에 따라 계란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반복되고 있는 폭우와 폭염으로 계란 품질이 떨어져 계란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계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석이 가까워지고 있어 9월 초에는 개당 200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공업계도 여름 스트레스를 받은 젖소들의 산유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원유(原乳)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구제역으로 젖소들이 대량 살처분된 상황에서 계절영향까지 겹쳐 우유 공급이 평년보다 20~30% 가량 줄어든 상태다. 낙농가들이 원유 가격 협상에서 초유의 공급 거부 투쟁까지 벌이고 있는 것도, 사료값은 급등했는데 생산량은 떨어져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사육 중인 젖소 1마리당 우유 생산량은 장마 전과 장마 기간 중을 비교해 보았을 때 8.4%, 일 평균 2.3㎏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젖소는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감퇴되고 체온조절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영양분과 에너지가 결핍되기 쉽다"고 말했다.

땀샘이 퇴화돼 있어 더위에 약한 돼지 역시 스트레스로 체중 증가가 둔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축을 해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농가들이 사료에 비타민을 섞어 먹이고 있으나, 가뜩이나 사료 값이 크게 오른데다 비타민까지 보충해야 하니 생산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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