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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수꾼' '고지전'으로 주목받는 이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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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수꾼' '고지전'으로 주목받는 이제훈

입력
2011.08.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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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개봉한 독립영화 '파수꾼'은 올해 영화동네에 릴레이 화제를 일으켰다. 걸출한 신인 감독(윤성호)이 탄생했다는 호평이 뒤따랐고, 학교 일진이면서도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주인공 기태를 연기한 이제훈(27)에 관심이 쏟아졌다.

이제훈은 여름 블록버스터 '고지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전쟁의 상흔을 모르핀으로 이겨내며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길 열망하는 '소년 중대장' 신일영은 또 다른 기태다. 상처 받았기에 눈물을 감추고 강한 척하는 여린 남자들의 이미지는 이제훈을 통해 또렷이 발현된다. 관객들의 눈이 그에게 쏠릴 수밖에. 특히 '고지전'을 본 젊은 여성들에게 그는 놀라운 발견이다.

9일 오후 한국일보를 찾은 이제훈은 조금 여윈 모습이었다. "무대 인사다 뭐다 바쁘게 지내서인지 최근 4㎏가량 몸무게가 줄었고 감기까지 걸렸다"고 했다. 인기라는 즐거운 홍역을 치르며 얻은 훈장처럼 보였다.

"어려서부터 남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기 좋아하던" 그는 고려대 생명공학과 2학년 재학 중 연기에 뛰어들었다. "진짜하고 싶은 것을 더 늦기 전에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고교시절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정말 확실한 주관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어" 포기한 길이었다. 그는 연극 극단 동에서 활동하며 3년 동안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올랐고,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한번 제대로 연기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다. 게이들의 사랑을 다룬 영화 '친구 사이?'와 드라마 '세자매' 등으로 얼굴을 알렸다.

아들이 멀쩡하게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생소한 연기를 시작한다니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 기약 없이 부초처럼 시간에 몸과 마음을 맡겼을 본인도 꽤 속이 탔을 듯하다.

"어려서부터 용돈을 받지 않았는데 부모님 반대 무릅쓰고 연기를 하게 됐으니 집의 지원을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죠. 과외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텼어요. 엄청나게 많은 배우 중 제 존재가 보일 것이라는 실낱 같은 믿음이 있었죠. 연기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신성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자세를 잘 봐주시리라 하는 기대도 있었어요."

이제훈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의 연기 재능은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연기를 시작한지 고작 1년 정도 만에 창작 연극 '바다제비'의 주연으로 발탁됐다. "제 딴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공연 개막 3주 전 작은 역할로 결국 교체"되긴 했지만. "오디션 합격률도 80% 가량"(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소영)이었다. "(외화시리즈) '맥가이버'를 침 질질 흘리고 보며 맥가이버라 불리기를 바랐던" 너 댓 살 때부터 그의 몸엔 연기 본능이 새겨져 있었던 듯하다.

다음에 맡고 싶은 역할이 뭐냐고 묻자 그는 "일단 주어진 역할은 다 마다하지 않고 잘하고 싶다"고 했다. "아직은 여러 작품에서 많은 캐릭터를 해본 게 아니니 이거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라고도 말했다. 우문현답이었다.

그는 "아직 인기가 실감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내린다는 말엔 "정말 그런가요"라며 반문했다. 세간의 인기보다 연기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이 배우는 "다음 영화는 좀 가볍고 재미있는 장르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작품에 녹아 드는 송강호 전도연 선배 연기를 보면 정말 대단하게 느껴져요. 그분들 같은 배우의 길을 걷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꿔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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