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던 '조광래호'가 숙적 일본을 만나 좌초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3으로 참패했다. 일본과의 A매치 사상 초유의 굴욕적인 패배다. A매치 3골 차 패배는 1974년 정기전 이후 37년 만이고 0-3 패배는 처음이다.
인적 구성과 경기 준비의 차이가 승부로 연결됐다.
'조광래호'는 최상의 상태에서 한일전을 맞지 못했다. 이청용(볼턴)은 정강이 골절의 중상을 당했고, 지동원(선덜랜드)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를 앞두고 대표팀 소집에서 제외됐다. 프리시즌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손흥민(함부르크)도 급성 독감으로 합류가 불발됐다. 수비수 홍정호(제주)는 K리그 승부 조작 파문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공격의 핵 박주영(AS 모나코)은 이적 문제로 팀에 합류하지 않고 대표팀이 소집되기 전까지 개인 훈련만 해왔다.
경기 내내 한국은 공격과 수비에서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A매치에서 처음으로 가동된 박주영-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근호(감바 오사카) 공격 라인은 기대를 밑돌았다.
오른쪽 날개로 처음 나선 구자철은 새로운 포지션이 낯선 듯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후반에는 두 차례 결정적인 만회 골 찬스를 놓쳤다. 최전방에 나선 박주영은 경기 내내 날카롭지 못했다. 미드필드까지 내려가 수비에 가담하는 등 의욕은 넘쳤지만 몸이 따르지 못했다. 전반 20분 왼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오자 왼발 발리슛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벗어났고 이후 변변한 득점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이근호는 전반 8분 헤딩 슛 찬스를 놓쳤고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동료들과 호흡이 원활하지 못했다.
A매치에 처음 나선 이재성(울산)과 베테랑 이정수(알사드)를 축으로 좌우 측면에, 김영권(오미야)과 차두리(셀틱)가 좌우에 나선 포백 수비라인은 시종 우왕좌왕했다. 특히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에게 선제 결승골과 세 번째 골을 내준 장면에서 수비진의 느슨한 플레이가 아쉬웠다. 전반 34분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가가와가 빠져 들어가 슈팅을 날릴 때 이정수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슈팅 찬스를 허용했다. 0-2로 뒤진 후반 9분 오른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올 때 이재성이 차단하지 못해 문전으로 쇄도한 가가와가 무인지경에서 세 번째 골을 뽑아냈다.
불운도 겹쳤다. 전반 24분 김영권이 발목 부상으로 벤치로 물러났고 대신 투입된 박원재는 그라운드에 나선 직후 엔도 야스히토(감바 오사카)의 강슛에 얼굴을 강타당한 후 10분여 만에 교체됐다. 박주호(바젤)가 대신 나섰지만 흔들린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축구대표팀은 9월2일 레바논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1차전을 갖는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