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끝이 없다. 모처럼 주가가 반등을 성공한 10일에도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000억원을 팔아치웠다. 7영업일간 빼내간 돈이 4조5,000억원이 넘는다."주식시장이 현금화하기 쉽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이 돈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마저 망가진 마당이니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으로라도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현재 글로벌 증시는 전체가 엑소더스를 겪고 있다. 증시를 탈출한 그 많은 세계의 돈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암중모색을 꾀하고 있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유는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펀드 환매 대기 수요를 위해 현금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펀드 자금은 32억2,000만 달러의 대규모 유출을 기록했다. 2주 만에 순유출로 전환한 것이다. 늘어나는 환매 요구를 처리하기 위해 현금 비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증권 김성봉 시황팀장은 "경기 및 부채 위험에 시달리는 미국과 유럽계 은행 등이 자금 마련을 위해 펀드를 환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홍순표 시장전략팀장도 "자국 펀드를 중심으로 환매가 진행중인 유럽은 가장 현금화하기 쉬운 국가에서 본국으로 자금을 끌어가는 것 같고, 미국 역시 최근 펀드 환매 압력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 증시에서 8월 들어 9일까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계가 1조7,000억원을 넘게 팔았고, 미국계도 6,0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한편에선 글로벌 증시 자금이 어차피 투기 자금인 이상 일단 위험을 피하고 증시 귀환 시점을 점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시선은 미국에 쏠려있지만 남유럽 위기,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설 등 사실은 유럽이 더 파괴력이 센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은 "최근 빠져나간 글로벌 자금은 투기성이 강해 어차피 시장을 버리고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정책공조 등 이달 말까지 유럽상황을 지켜본 뒤 증시 복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도 "우리의 경우 환율 상승세가 강하지 않은 걸 감안하면 일단은 위기 회피 차원에서 현금화한 걸로 보이고 위험을 탈피하면 다시 증시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대로 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는 유례없는 강세 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유럽에선 신용등급 'AAA'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 국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 채권 역시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으며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 받아온 스위스프랑도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스위스프랑의 가치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자 스위스 연방정부가 대책논의에 착수했을 정도다.
그러나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돈들의 종착지는 장기적으로 신흥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제로금리를 적어도 2013년 중반까지 유지할 것으로 결정함에 따라 중장기적인 달러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약세 압력은 신흥국 통화로 집중돼 신흥국 경기가 특별한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는 한 신흥국으로 자금유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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