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바랴그호가 10일 시험항해에 나서면서 아시아ㆍ태평양은 물론 인도양의 해양 권력구도에 변화의 기류가 일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인터넷사이트 런민왕(網)은 이날 새벽 중국의 첫 항모 바랴그호가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항을 출발했다 돌아오는 시험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보도했다. 다롄항으로 재입항한 바랴그호는 개조 공정과 테스트 작업에 돌입했다. 런민왕은 이날 운항이 바랴그호 자체 엔진시스템이 아닌 예인선의 견인 하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역사적인 날" 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은 2,000만달러를 주고 1998년 우크라이나에서 미완성 항모 바랴그호를 매입, 다롄 조선소로 가져와 개조작업을 진행해왔다. 증기터빈 엔진을 갖춘 바랴그호는 구 소련 시절 건조한 쿠즈네초프급(6만7,500톤) 항공모함으로 갑판 길이가 302m, 최대 속도가 29노트에 이른다. 1,960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항공기 52대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방부는 자국 국방력의 급속한 팽창을 우려하는 주변국을 의식, 바랴그호를 작전용이 아닌 과학연구 및 훈련용으로 규정해 발표하는 한편 시험운항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중국은 2015년 건조를 목표로 4만8,000∼6만4,000톤급 핵동력 항공모함 2척을 추가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시험항해로 주변국들은 크게 긴장하고 있다. 항모 가동이 중국의 해상 작전능력 범위를 중국 동부 연안에서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확대하는데다 구축함과 잠수함 등으로 항모전투단을 꾸리는 것이 군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미 스텔스 전투기 젠(殲)-20과 사거리 2,700㎞의 대함 탄도미사일 둥펑(東風)-21D 등 첨단 무기를 개발한 중국이 항공모함까지 갖추면서 미군의 해군력을 넘보게 됐다.
따라서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하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은 바랴그호 가동을 주시하며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이 "영유권 분쟁이 일고 있는 남중국해로 바랴그호를 보내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서 어느 정도 분위기를 알 수 있듯 중국 항모의 첫 운항 목표는 남중국해가 될 수 있다. 베트남은 중국을 겨냥, 최근 잠수함 여단 창설 계획을 공식화하고 자국 나짱항을 인도 해군에 개방했다. 인도는 베트남에 대형 군함을 건조해주고 미사일을 수출하고 정보통신 기술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역시 인도를 겨냥, 파키스탄 남부 항구도시 과다르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그 대가로 영구 정박권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 곳이 인도양의 중국 항모 기항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일본과의 분쟁지역인 댜오위다오(釣魚島)에 항모를 보내면 대처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항모 가동으로 태평양, 인도양의 세력 판도에 변화가 예상되고 분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어도 문제로 중국과 갈등 소지가 있는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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