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시위에는 청소 시위로 맞선다.’
폭동이 휩쓸고 간 영국 런던 거리에 대규모 청소부대가 등장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500여명의 런던 시민이 빗자루와 대걸레를 손에 들고 거리로 나와 진정한 시민 정신을 보여줬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들은 전날 폭력 시위자들의 약탈과 방화로 폐허가 된 런던 남부 중심가 클래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의료보조기사인 어리얼 하포드(24)는 “거리를 파괴한 사람은 200명이지만, 여기 모인 사람은 500명이다”며 “거리와 우리 이웃을 더 이상 망치게 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다. 수백개의 빗자루가 분주히 움직이자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거리는 30분도 안돼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자원봉사자들은 깨진 유리를 주워담고 불탄 자동차를 치우며 성숙한 시민 정신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이 컸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거리 청소를 제안하자 금세 7만5,000개의 댓글이 달리며 힘을 보탰다. 소문은 인근 도시로 퍼져 나가 윔블던, 리버풀 등에서도 시민들이 거리를 치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들었다.
폭동 현장에서 젊은이들에게 폭력 중지를 훈계하는 용감한 할머니의 모습도 화제에 올랐다. 9일 런던 동부 해크니 지역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한 할머니는 복면을 쓰고 약탈을 일삼는 폭도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지 말라”고 호통을 쳤다. 서인도제도 출신 연금생활자로 알려진 이 여성은 절뚝거리면서도 지팡이를 휘두르며 폭도들에 맞섰다.
할머니의 용기 있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폭력 시위에 반대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김이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