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10일 부산시청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수 차례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등 최고경영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2남인 조 회장은 A4용지 11매 분량의 호소문을 읽다가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나야 했던 한진중공업 가족들을 다시 모셔올 것입니다"라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고개를 떨어뜨린 채 잠시 울먹였다.
전날 저녁 부산에 내려온 조 회장은 이날 아침 부산롯데호텔에서 허남식 부산시장과 조찬을 한 데 이어 오후에는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을 방문해 지역경제에 끼친 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조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일정이 잡히자 해고자와 노조원, 그리고 이들 가족 수십명은 이날 아침부터 부산시청에 몰려와 조 회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경찰과 승강이를 벌였다.
노조원 10여명은 호소문 발표장인 시청 9층 브리핑실 복도를 점거한 채 조 회장을 향해 "국민에게만 사과하지 말고, 해고근로자에게 먼저 사죄하라", "해고자 살려내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부산지역 야당과 민주노총은 조 회장의 회견 내용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김동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대변인은 "본질인 정리해고에 대한 해법 없는 미봉책"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도 "400여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50여일 동안 해외 도피생활을 한 조 회장의 면피용 생색내기"라고 일축했다.
35m 크레인에서 217일째 농성중인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은 "희망퇴직자 자녀 학자금이나 지역발전기금 운운이 경영난으로 정리해고를 한 사업장에서 나올법한 내용이냐"며 "진정으로 호소하려면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도위원은 한나라당의 청문회 증인 참석 요구와 관련, "7월 청문회를 무산시킨 전례가 있어 나를 핑계 삼아 청문회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본다"며 "부도덕한 재벌을 비호하는 정당의 전형"이라며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한편 부산시민사회단체들은 조 회장이 직접 나선 만큼 노사가 하루빨리 원만한 해결점을 찾아 지역경제 회생에 앞장서 줄 것을 주문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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