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놓고 금융시장은 홍역을 치렀다. 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강력한 시장개입에 나서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의 정책수단이 없다는 '항복선언'을 한 것인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도 하루 종일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큰 폭으로 출렁였다.
연준은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상당히 약하다"고 진단한 뒤 "최소한 2013년 중반까지"라고 처음으로 제로금리 기조 유지 기간을 명시했다. 연준은 현재 연 0~0.25% 수준인 제로금리에 대해 지금까지 '상당기간'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 시장에서는 이를 수개월 정도로 해석했었다. 제로금리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이를 최소 2년 이상 연장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였다. 연준은 또 "물가안정의 범위 내에서 더 강력하게 경제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수단의 범위를 검토할 것"이라고 해 추가조치의 가능성도 비쳤다.
그러나 시장이 기대했던 3차 양적완화(QE)나 단기국채의 장기 전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 인하 등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패닉 상태에 빠진 시장을 달래기에는 부족했다.
연준의 성명 발표 후 시장은 비관적으로 반응했다. 연준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 출발했던 뉴욕다우지수는 성명 직후 20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급락세로 돌변했다. 원유시장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도 80달러선이 무너졌다. '결정적인 한방'이 없는 성명에 대한 실망감이 투매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최소 2년간'이라는 초저금리와 추가조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뉴욕증시는 장 후반 430포인트 가까운 폭등세를 연출하며 숨가빴던 하루를 마감했다.
연준의 이날 발표내용에 대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인플레를 감수하면서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유동성을 대거 공급했는데도 경기부양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인플레만 자극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 속의 인플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앞서 시행한 두 차례의 양적완화 조치가 경기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마지막 실탄을 아껴두겠다는 뜻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연준의 성명이 중립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면서 관심은 26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준의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모아진다. 연준이 추가 조치를 시사한 만큼 이 자리에서 유동성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지난해 2차 양적완화 구상을 밝힌 것도 잭슨홀 미팅에서였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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