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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암탉의 비상, 엄마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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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암탉의 비상, 엄마의 길

입력
2011.08.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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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나온 암탉이 일을 냈다. 한국 애니메이션에는 꿈 같은 얘기였던 100만 관객 돌파. 황선미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동화를 원작으로 명필름과 오돌또기가 손잡고 만든 '마당을 나온 암탉'이 개봉 2주만인 10일 그 꿈을 이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선전은 수치로 나타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금 모으기부터 극장 배급까지 모든 것이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을 넘는 과정이었다"는 명필름 심재명 대표의 고백처럼, 열악한 제작환경과 닳고 닳은 우려를 딛고 일군 성과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100만 돌파'에 환호하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 장이 열렸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여전히 많은 극장들은 '아이 대동한 가족용 영화'라는 이유를 내세워 밤 시간대 상영을 하지 않는다. 원작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힐 만한 마지막 대목처럼, "크고 아름다운 날개로 바람을 가르며" 눈부시게 파란 하늘로 날아오른 암탉의 비상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양계장'과 '마당'으로 상징되는 기존 질서와 관습, 편견에 용감하게 맞서며 "알을 품고 새끼를 길러 보고픈" 소망을 이룬 주인공 잎싹의 모습을 놀랍도록 닮은 이 애니메이션의 향후 행보가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좋은 문화 콘텐츠는 보는 이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낳고 다면적 해석이 덧붙여지면서 그 자체로 풍성한 상상력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암탉의 비상의 원천이 된 원작 동화는 아주 훌륭한 문화 콘텐츠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서정씨는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삶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과 반성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라고 평했다.

인터넷 영화평에 "아이랑 같이 보러 갔다가 펑펑 울며 나왔다"는 부모 관객들의 댓글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걸 보고 원작 동화를 다시 꺼내 읽었다. 10년 전, 아이에게 좋은 동화를 읽히고픈 욕심만 앞서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물음이 들려왔다. "아이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엄마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를테면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뿐 아니라 어른들, 특히 이 시대 엄마들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성장동화다.

심재명 대표는 주인공 잎싹을 일러 "한국영화 사상 가장 진취적인 캐릭터"라고 말했다. 흔히 모성애는 가없는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등치되곤 하는데, 잎싹이 보여준 모성애는 그런 낡은 관념을 벗어난다. 단지 제가 낳지 않은 청둥오리 새끼를 품고 길렀기 때문이 아니다. 잎싹은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잎사귀"가 부러워 "잎싹이란 이름을 저 혼자 지어 가졌다." 어미란 이름을 가진 존재라면 짐승도 능히 할 수 있는 '제 새끼 사랑'을 그저 베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자신의 꿈과 소망을 녹여 넣었다. 우리 어머니 세대처럼 희생만 한 것도, 요즘 젊은 엄마들처럼 악착같이 아이들을 속된 경쟁의 대열에 밀어 넣으며 그게 사랑이라고 강변하지도 않았다.

잎싹은 청둥오리 무리를 따라 떠나려니 엄마가 밟혀 고민하는 초록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고 싶은 걸 해야지. 그게 뭔지 네 자신에게 물어봐." "엄마가 혼자 남을 텐데. 마당에 갈 수도 없고." "나는 괜찮아. 아주 많은 걸 기억하고 있어서 외롭지 않을 거다."

펑펑 울며 극장 문을 나선 엄마들이 그 감동을 쉬 잊지 않고 이 아름다운 성장동화를 찾아 읽어보기를 바란다.

이희정 문화부장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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