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친 것일까. 부동산 침체를 무색케하는 '100% 청약' 릴레이와 높은 집값 상승률로 지방 부동산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부산이 최근 잇따라 미분양 사태를 빚고 있다. 일각에선 과열된 부산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10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1~7월간 청약경쟁률 상위 20개 단지를 분석한 결과 미분양 단지 5곳이 모두 부산 분양 사업지로 나타났다.
청약률 상위 20개 단지 중 부산 지역이 13곳에 달하는 등 여전히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지만, 막상 계약에는 실패하면서 미분양으로 이어지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현대건설과 두산건설이 분양한 해운대 힐스테이트위브는 대형사 브랜드에 '해운대 입지'까지 더해져 청약경쟁률 6.44대 1로 청약률 상위 16위를 차지했지만 일반 분양물량 총 533가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60가구가 계약에 실패했다.
청약률 10대1 안팎을 기록했던 협성엠파이어(해운대구 우동)와 경동메르빌(사상구 덕포동), 롯데캐슬카이저2차(북구 화명동) 등도 각각 미분양률이 29%와 22%, 17%에 달해 청약 열기가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부동산 훈풍에 앞다퉈 청약에 나섰던 투기수요가 막상 계약을 앞두고 발을 빼면서 가수요 거품이 꺼진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부산지역 분양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는 실수자들을 기반으로 주택수요가 몰렸지만, 봄 이후 분양 물량부터는 투기목적의 가수요 청약이 몰리면서 거품이 끼었다고 볼 수 있다"며 "뒤늦게 단기 웃돈 거래를 노리고 들어왔던 가수요자들이 빠진 것이 미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부산 지역 공급물량이 대폭 늘어날 예정이어서, 일각에선 수년전 겪었던 과잉공급에 따른 미분양 적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실제로 업계가 추산하는 올해 부산지역 공급물량(예정 가구 포함)은 3만가구로, 지난해 공급가구(1만가구)의 3배 수준. 부산에서 분양을 준비중인 B사 등 일부 건설업체는 자칫 '막차'분위기에 들어가 미분양으로 고전하지 않을까 우려해 분양일정을 잠정 보류하는 안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지방 부동산 회복세가 시작됐던 작년 하반기에는 한동안 바닥을 쳤던 기저효과 탓에 주택수요자들이 움직일만한 펀더멘털이 충분했다"며 "하지만 최근 미분양 단지가 잇따르는 것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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