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경제 대국 미국이 최고 신용등급을 되찾을 방법은 무엇일까? 로이터통신은 캐나다식 해법이 하나의 교훈이 될 수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1992년 10월 최고 등급 트리플A(AAA)이던 캐나다 국가신용등급을 AA+로 강등했다. 390억캐나다달러에 이르는 과다한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이유였다. 캐나다가 선택한 해법은 단순하지만 명료했다. 재정삭감을 통해 씀씀이를 줄이고, 증세를 통해 수입을 늘렸다. 이를 위해 정치권과 국민들이 하나로 뭉쳤다.
사사건건 맞서던 여야는 국가적 위기 앞에 한 목소리를 냈다. 진보성향의 자유당 정부는 의료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 하는 등 강도 높은 긴축재정 안을 마련했다. 보수성향의 개혁당은 이듬해 소비세 인상을 포함한 대대적인 증세를 받아들였다. 진보는 복지 축소, 보수는 증세라는 독배를 마셔야 했지만 정치권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94년에 다시 무디스로부터 국가신용등급을 강등 통보를 받은 것이다. 퀘백 지역의 분리주의 운동으로 캐나다 연방이 갈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자 이번엔 시민들이 나섰다. 퀘백 지역 유권자들은 1995년 시장의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며 연방 분리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캐나다는 93년을 시작으로 해마다 재정지출을 평균 20% 가까이 줄였다. 허리띠를 졸라 맨 지 6년 만인 99년 국내총생산(GDP)의 6%에 이르던 재정적자가 흑자로 돌아섰다. 2002년에는 S&P와 무디스로부터 동시에 국가신용등급 AAA 복귀 통보를 받았다. 국가신용등급 강등 10년 만이었다. 이후 캐나다달러는 미 달러화보다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재무장관 폴 마틴은 "문제의 근원을 뽑아 내야만 했다"면서 "그러나 증세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야당 지도자 몬테 솔버그는 "고통에 맞선 끝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론토도미니온 은행의 크레이그 알렉산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의 재정 개혁이 자유주의 정부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은 미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은 캐나다식 해법을 적용하기에는 힘들고 복잡한 여건들이 산적해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당시 캐나다보다 정치적 갈등이 심한 탓에 의회에서 증세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9%(1조4,000억 달러)로 크고, 삭감이 어려운 국방예산의 비중이 높아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또 1990년대에 비해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것도 캐나다식 해법을 바로 미국에 적용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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