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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평택항… 외국 선원들 멋대로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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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평택항… 외국 선원들 멋대로 상륙

입력
2011.08.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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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오후 8시께 평택ㆍ당진항 서부두 4번 선석에 정박한 1,480톤급 정기화물선 JL 챔피온호에서 선원 두 명이 하선했다. 미얀마 출신인 아웅 캬우 민(24)과 나이툰 윈(27)씨다. 이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상륙허가를 받지 않고 유유히 서부두 제1정문을 빠져나갔다.

택시를 타고 부두로 되돌아온 시간은 16일 오전 1시20분께. 평택 시내에서 술을 마셔 취한 뒤였다. 정문을 통과해 다시 부두로 왔지만 뱃전까지 연결된 현문(舷門)이 철거된 상태. 이들은 선수를 부두에 고정한 밧줄을 타고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 아웅씨가 바다에 떨어져 실종됐다.

시신이 인근 해역에서 발견된 것은 5일 만인 21일 오후 5시께. 해경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철저한 경비ㆍ보안이 필요한 국제무역항인 평택ㆍ당진항이 외국인 선원 두 명에게 어이없이 뚫렸다. 이처럼 허술한 경비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항만당국은 "민간업체에 보안을 위임했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9일 평택ㆍ당진항 보안을 총괄하는 평택지방해양항만청과 아웅씨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평택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미얀마 선원들은 항만을 출입하는 화물차 짐칸에 숨어 평택항 서부두를 빠져나갔다. 서부두는 부두운영사(TOC) 6개사가 공동으로 계약한 민간 경비업체가 보안업무를 맡는 곳이다.

선원들은 평택시 포승읍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신 뒤 되돌아왔고, 다시 항만으로 들어갈 때는 선원수첩을 경비원에게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인 선원들은 선장 등이 요청하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상류허가증을 받고 뭍으로 나왔다 들어갈 수 있다. 이때 선원수첩이 여권을 대신하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평택해경은 이달 22일께 부검 결과가 나오면 수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평택해경 관계자는 "1차 조사를 했지만 화물차 기사가 금품을 받고 태워다 준 것은 아니다"며 "항만 경비 및 보안 규정 위반 여부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어처구니없는 평택ㆍ당진항의 보안사고는 경비업무 태반을 민간업체에 떠넘긴 데 있다. 평택항만청 소속 청원경찰은 20여 명에 불과하고, 이들은 관공선들이 정박하는 관리부두 경비만 맡고 있다. 나머지 부두들은 항만청으로부터 부두운영허가를 받은 TOC가 자체적으로 경비업체와 계약을 맺어 관리한다. 폐쇄회로TV 등 설치할 보안시설과 경비 방법 등을 담은 보안계획서를 제출하면 국가정보원과 항만청이 이를 검증해 보안적합확인서(ISPS증서)를 발급해주는 방식이다. 미얀마 선원들이 빠져나갔던 서부두에도 ISPS증서가 발급됐다. 세관도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현재는 TOC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밀수품 감시 등의 업무를 이양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국제여객터미널에만 상주하고, 외국인 선원 상륙허가 등은 선박대리점을 통해 서면으로 처리한다. 사실상 국제무역항인 평택항 보안을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업체들이 맡고 있는 것이다. 민간업체들의 경우 항만이 뚫려도 사전에 제출한 보안계획 기준만 이행했으면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반면, 부산항은 정비보안전문기관인 부산항보안공사가 경비와 보안을 담당하고, 인천항은 항만공사가 자체 보안팀을 꾸려 운영한다. 평택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간에서 국가중요시설인 항만보안을 맡는 것도 이상한데 아무도 책임질 곳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평택항만청 고위 관계자는 "항만에서는 이런 일이 가끔 있지만 밀입국이 아니고 다시 배로 돌아온 경우라 큰 사안이 아니다. 항만보안은 군인이 보초를 서는 것처럼 물샐 틈 없는 개념으로 보면 안 된다"며 큰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평택=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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