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의 미래를 위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남편에 대한 선처를 부탁 드립니다."
이화경(55) 오리온그룹 사장이 9일 회삿돈을 횡령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담철곤(56)그룹 회장에 대해 재판부에 '초코파이 호소'로 선처를 애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한창훈)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사장은 "전 세계에 정을 전하는 35g 외교관이라는 (초코파이) 지면 광고야 말로 지금 우리의 진심이자 모습"이라며 "오리온의 세계 시장 진출 주역은 화교에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남편이었다. 아시아 최고를 향해 달려 가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 사장은 "이번 일로 오리온은 해외 사업에서 수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 모든 일은 남편이 아니라 저로부터 시작된 것이니 선처해 달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동양그룹 고(故) 이양구 창업주의 둘째 딸인 이 사장은 1980년 평직원이었던 담 회장과 결혼했다.
이 사장은 "이번 (검찰 조사) 일을 통해 지난 일을 뒤돌아볼 수 있었다. 난 잘한다, 성과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기업과 개인을 분리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회사 성장이나 해외 시장 개척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도 있는 것이고 기소된 사실을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여럿이다. 오리온이 준법 경영의 조치가 부족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담 회장은 지난 6월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이 사장은 남편이 구속된 점, 그룹 경영상 필요성 등이 감안돼 입건 유예됐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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