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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백석대교 무리한 속도전에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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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백석대교 무리한 속도전에 '쿵'

입력
2011.08.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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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월 개통 예정인 경인운하(경인 아라뱃길)를 가로지르는 백석대교 건설 현장에서 다리 상판을 주탑에 연결하는 과정에 충돌사고가 발생, 주탑 일부가 파손된 사실이 확인됐다.

경인운하 위를 지나는 12개 다리 중 가장 늦은 지난해 3월 착공한 백석대교는 내달 준공예정이었다.

특히 이 다리는 당초 올 연말 완공예정이었으나 경인운하 개통시기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는 과정에 빚어진 사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시공사인 G건설의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4시 30분께 길이 205m, 폭 36m의 상판이 흔들리다 남쪽(검암동 방향)으로 밀려'쿵'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한 관계자는 "지진이 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동과 충격이 컸다"며 "상판 위 아래서 일하던 인부들이 붕괴를 우려해 도망가다시피 현장을 벗어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는 주탑과 상판을 양쪽으로 지름 15cm, 길이 100m의 케이블 4개로 동시 연결하는 과정에 일어났다. 이때 상판이 균형을 잃고 주탑쪽으로 쏠렸다는 것이다. 이 사고로 'H'모양의 주탑에서 상판을 받치고 있던 고정블럭이 파손되고, 주탑의 가로보도 손상돼 철근이 노출됐다. 현장 관계자는 "당시의 충격과 흔들림을 감안하면 주탑과 상판에 대한 정밀 진단이 필요했지만 시공사 측은 사고 직후 손상부위를 천막으로 가린 뒤 밤에 파손된 고정블럭을 제거하는 등 응급조치했다"고 말했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상부에서 '빨리 빨리' 주문이 하루도 끊이지 않았던 만큼 케이블 연결을 서둘러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행사인 인천시와 시공사가 공사에 속도를 낸 이유는 백석대교 부근에 대한 준설작업 지연으로 경인운하 개통에도 차질이 우려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장 관계자는 "운하 준설 작업을 마치기 위해서는 현재 백석대교 상판을 떠받치고 있는 가설지주와 백석대교 옆의 임시다리가 철거돼야 한다"며 "결국 준설 작업이 백석대교 완공과 개통을 독촉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서구 검암~백석을 잇는 임시교 하루 통행량은 2만1,000대에 이른다. 현장 관계자는 "운하 개통 때 이명박 대통령이 선박을 이용해 경인운하를 시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사현장에 백석대교와 경인운하의 완공 시점을 맞추라는 압박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G건설 측은 다리 안전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사고 후 반대쪽 케이블을 풀어 한쪽으로 쏠린 상판을 원상 복구했다"며 "일부 부서진 가로보도 대교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정밀안전진단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판과 주탑의 충돌사고뿐만 아니라 유례없는 폭우가 쏟아진 상황이어서 다리의 안전문제와 부실공사가 우려된다. 시공사 관계자는 "9일 관계기관 회의에서 백석대교 준공일이 경인운하가 개통되는 10월 1일로 최종 결정됐다"며 "올 여름 유례없이 많은 비가 내린 점을 감안해 공기를 더 늘려줬으면 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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