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때 전세계 증시 불안의 원흉으로 낙인 찍혔던 '공(空)매도'가 국내 증시에서 당분간 전면 금지된다.
주식을 빌려 판 다음 해당 종목의 주가가 내리기를 기다려 주식을 되사 갚는 구조라 필연적으로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벌 수 있는 탓에 가뜩이나 증시 급락을 더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오후 5시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어 공매도를 10일부터 11월9일까지 3개월간 금지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최근 공매도 규모는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의 5% 수준으로 급증했다. 3일과 5일 공매도 금액은 각각 4,328억원, 4,325억원까지 확대됐다.
이런 공매도 비중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9월17일(5.52%) 이후 최고치. 그 해 8월엔 공매도 비중이 8.11%까지 치솟기도 했다. 당시 악성 루머나 허위 정보를 퍼뜨려 주가를 더 떨어뜨리는가 하면, 공매도 주문이 해당 종목의 주가가 더 떨어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투매 양상으로 치닫는 등 전세계 증시가 혼란에 빠지자 영국과 미국 등은 한시적 공매도 금지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금융위원회가 2008년 9월24일 공매도 규제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10월1일부터 공매도를 아예 전면 금지하자 공매도 비중이 급격히 줄었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외국인 공매도 조사결과, 10조원 이상이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공매도는 2009년 6월에서야 비금융주에 한해 다시 허용됐다.
고삐가 느슨해지면서 최근 공매도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공매도 비율은 1월 1.73%, 2월 2.23%, 3월 1.93%, 4월 1.88%, 5월 2.97%, 6월 2.84% 7월 2.58% 등 줄곧 1~2% 대에서 움직였는데, 8월 들어 5%대로 급등했다. 금액 역시 일별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이다. 2008년에도 공매도는 대부분 외국인(93%)이 이용했던 터라 외국인들이 다시 대거 투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외국인과 기관에 의한 공매도는 일 평균 3,147억원으로 전체의 96.7%에 달한다.
한편 금융위는 자기주식 매수 주문 수량 한도를 완화하는 조치도 10일부터 3개월간 시행하기로 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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