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의 저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혼란에 빠진 세계경제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신용평가기관의 독과점 철폐 등을 주요 개혁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들이>
장 교수는 8일자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 진행 중인 위기의 핵심은 금융시스템의 기능장애"라며 "신용평가기관의 사례가 이 기능장애를 가장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계속돼온 신용평가기관의 무능과 냉소주의를 거론하면서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 오늘의 불합리한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재정위기를 맞은 유럽 국가들이 국민과 맺은 약속을 수정하면서 민주적 절차에 따르는 게 아니라 신용평가 기관이 불러주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장 교수는 신용평가기관 비판에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미 신용등급 강등 적절성 논란과는 거리를 유지했다.
장 교수는 현행 3대 신용평가기관(S&P, 무디스, 피치)의 독점구조를 깨기 위해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비영리 평가기관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유엔 등에 공신력 있는 신용평가기관을 마련해, 돈을 받고 신용을 평가해 주는 현행 제도를 바꾸자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장 교수는 국가부도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정을 도입하고, 부실 대출 발생시 채무자뿐 아니라 채권자도 채무상환 유예와 부채탕감, 만기연장, 금리인하 등을 통해 부담을 나누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혀 간섭을 받지 않고 있는 복잡한 금융상품이나 세수 감소를 초래하는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강화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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