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京都)시가 도호쿠(東北)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쓰러진 소나무를 축제 재료로 사용하려다 방사능 오염 우려로 취소하면서, 두 지역간 지역감정이 번지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교토에서 16일부터 열리는 고잔노오쿠리비(五山送り火)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다이몬지(大文字)산 점화식에 이와테(手岩)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의 명승지 다카타마쓰바라의 소나무가 재료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이 지역은 7만여 그루의 소나무가 들어 찬 일본백경 중 한 곳이었으나, 쓰나미에 휩쓸려 소나무 한 그루만 남긴 채 모두 훼손됐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나무는 기적의 소나무로 불리며 지진을 극복한 상징이 됐다.
교토시와 축제 사무국은 당초 지역 화합 의미에서 이와테 주민과 지진 피해 유가족들이 쓰러진 소나무로 만든 장작 333개를 축제 점화식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유가족들은 장작 하나하나에는 희생자 이름을 비롯,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언니의 요리는 맛있었어" 는 글과 부흥을 기원하는 글들을 새겨 넣었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 불안을 호소하는 교토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교토시는 7일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계획 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토 시정보종합안내 콜센터 등에는 유가족의 감정을 무시했다는 비난 전화와 글이 쇄도하고 있다. 쓰나미로 시아버지를 잃은 호소다 미호(細田美穂)씨는 "(장작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는데도 교토 행사에 사용되지 못한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고, 후쿠시마현 한 주민은 "방사능 오염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도호쿠 주민에겐 적지 않은 충격이다"고 아쉬워했다. 교토시는 자체 마련한 장작에 메시지를 옮겨 적은 뒤 행사장에서 태우기로 하는 등 무마에 나섰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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