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결국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대부분을 구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심 잡기용 카드에 불과할 거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이제는 실제 특별법 제정 문턱까지 다다랐다.
이는 저축은행 예금자들을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예외적으로 구제를 해 주겠다는 것. 향후 추가로 금융기관이 문을 닫을 때마다 저마다 딱한 사정을 들이대며 "우리도 구제해 달라"는 요구가 들끓을 것이 자명하다. 1996년 예금보장제도를 도입한 이후 15년간 유지돼 온 금융시장 질서의 근간이 일순간에 무너지게 된 것이다.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는 9일 피해대책소위를 열고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를 단계적으로 보상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추진키로 여야가 합의를 했다.
8월 임시국회 상정 예정인 법안에는 개인 예금주에 대해 금액대별로 60~100% 단계별로 차등 보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6,000만원까지는 전액 보상하고, ▦6,000만원~1억원 95% ▦1억~1억5,000만 90% ▦1억5,000만~2억5,000만원 80% ▦2억5,000만~3억5,000만원 70% ▦3억5,000만원 이상 60%를 보상한다. 소위는 당초 전액 보상 한도를 2억원까지로 추진했으나, 선심 법안에 대한 여론 반발이 커지자 소폭 물러섰다. 후순위채 투자자에 대해서도 1,000만원까지는 전액 보상하고, 그 이상은 50~95% 차등 보상하기로 했다.
구제 대상은 올해 영업정지된 9개사와 2009년 문을 닫은 전일ㆍ으뜸ㆍ전북 등 모두 12개 저축은행의 피해자들.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9월 이후 예금 및 투자분을 모두 보상해 주기로 했다.
정치권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정부의 총체적인 감독 부실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선의의 피해자들을 구제해 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원칙과 룰은 한 번 깨지면 다시 복원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내달 하순 발표될 85개 저축은행 경영진단 결과 추가 영업정지될 저축은행 예금자들도 구제 요청이 쇄도할 수밖에 없다. 이보다 앞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피해자들 역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보상 자금도 문제다. 2,500억원 이상의 소요자금은 우선 예금보험기금에서 선지급한 뒤 저축은행 자산 매각 및 대주주 은닉재산 환수 등으로 정한다는 것. 하지만 환수액이 못 미칠 경우 결국엔 나라 재정이나 국민 세금 투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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