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9일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 특별법 추진을 본격화하자 정부가 이례적으로 '총력 저지'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시민단체와 금융권에서도 비난여론이 잇따랐다.
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저축은행 보상안은) 금융질서를 교란하고 재정 규율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이 판단하겠지만, 정부는 그런 법안이 채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보상대상보다 앞선) 유사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장차 발생할 유사사례에도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휘둘리면 국제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앞서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국회 답변에서 "예금자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정치권의 특별법 입법 과정마다 적극적으로 '공식 반대' 입장을 표명해 최대한 입법을 막겠다는 방침. 정부 관계자는 "국회도 행정부가 끝까지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외에도 법령상 정부에 부여된 (반대) 권한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내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설사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치권 안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인기영합주의"라고 비판했다.
김상조(한성대 교수) 소장은 "이번 보상안은 자칫 예금자보호제도에 대한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예금이나 후순위채 매입에 나서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한 저축은행들이 또다시 위험한 대출을 일삼을 수 있고, 이는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이성을 잃었다"고 "특별법을 정무위와 법사위에서 부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티즌들 역시"투자 손실을 왜 국가가 책임지나" "국민세금으로 왜 보상해주나" "이럴 거면 주식투자 피해도 보상해달라" 등 대체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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