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최를 1년 앞둔 영국 런던이 무법천지로 돌변했다. 젊은이들이 연일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폭력과 약탈을 자행하며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폭력 시위는 하루 만에 인근 엔필드, 달스턴, 월섬스토와 남동부 브릭스톤등 5개 지역으로 빠르게 번졌다. 영국 BBC방송은 7일 런던 경찰의 말을 빌려 "런던 내 여러 지역에서 소규모 폭력과 약탈 등 모방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며 "특별한 목적 없이 이웃과 사회를 파괴하려는 범죄 행위"라고 보도했다.
이날 토트넘에서 10km 떨어진 엔필드에서는 가게 수십 곳의 유리창이 부서지고, 보석ㆍ가전제품 등이 약탈당했다. 흑인 밀집지역인 브릭스턴에서도 청년 200여명이 상점 수십 군데를 털어 달아났으며, 런던 도심에 있는 옥스퍼드 서커스의 기물 일부도 파손됐다. 현지 언론은 이번 소요 사태로 16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런던 북부 지역 폭동은 4일 흑인 남성 마크 더건(29)이 경찰 총격에 의해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던 평화시위가 일순간 폭력사태로 뒤바뀌었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가열되면서 인근 지역까지 시위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특히 총격 당시 경찰 무전기에 박혔던 총알은 경찰이 쏜 것으로 드러나 더건이 먼저 총격을 가했다는 경찰의 초기 발표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위 가담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다음 공격 대상을 지목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들은 폭력 시위의 배경과 원인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BBC는 8일 "1980년대 초 계속된 경기 침체가 대규모 폭동을 야기했던 것처럼 이번 폭동 역시 런던 북부 지역의 낙후된 경제 상황이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사건의 시발점이 된 토트넘은 저소득층 밀집지역으로 올해 실업수당을 청구한 인구가 전년 대비 10% 넘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정부의 긴축재정에 따른 사회복지 예산 삭감과 고질적인 청년실업 등 사회적 불만이 폭력 시위로 표출됐다"고 분석했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6일 시위대가 500명으로 불어날 때까지 현장을 지킨 경찰은 고작 100여명에 불과했다. 런던 경찰은 폴 스티븐슨 청장이 지난달 뉴스오브더월드(NoW)의 전화도청 파문에 연루돼 사임한 이후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인력 운용에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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