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주소에 들어가는 두 개의 슬래시 '//'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답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에 가깝다. 1991년 8월 6일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ㆍWWW)을 만든 팀 버너스 리는 2009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순간적인 기분에 만든 슬래시는 사실 불필요했다"며 "인터넷에 대해 한 가지 바꿀 수 있다면 슬래시를 없애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웹 창시 20주년을 맞아 인터넷 주소창의 슬래시 등 인터넷 10대 실수를 선정해 보도했다. 2006년 발생한 영 BBC방송의 황당한 방송사고도 10대 실수에 포함됐다. 당시 BBC는 애플컴퓨터와 애플레코드 간의 상표권 분쟁 판결을 분석하는 생방송 토론을 진행하면서 엉뚱한 사람을 출연시켰다. 기술직 면접을 보러 온 가이 고마를 이름이 같은 정보통신 전문가 가이 큐니와 착각한 것. 어처구니 없는 방송사고는 그대로 생중계 됐고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고마는 순식간에 유명 인사가 됐지만 원하던 직업은 얻지 못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대시(-)가 빠져 전혀 엉뚱한 사이트로 연결된 경우도 있었다. 일본 게임업체 캡콤이 비디오게임을 홍보하면서 알린 홈페이지 주소(www.kill7.com)가 실은 포르노 사이트였던 것. 제대로 된 표기는 www.kill-7.com이었다.
순간적인 호기심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1988년 미 코넬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로버트 모리스는 인터넷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다. 그가 인터넷에 주입한 실험 프로그램은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가 됐다. 이로 인해 60만대의 컴퓨터가 고장 나 그는 집행유예 3년과 벌금 1만달러를 선고 받았다. 지금 그는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일하고 있다. 이밖에 스웨덴이 국가 도메인 '.se'업데이트 과정에서 인터넷이 다운된 사건, 가장 흔한 비밀번호 'password'나 '1234'를 사용해 빚어진 사연 등이 10대 실수에 포함됐다.
한편, 미 CBS방송은 사생활 침해 등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인터넷은 인류에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줬다며 20개의 선물(표 참조)을 선정해 보도했다. 인터넷 시대 이후 수백만 개의 직업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다른 문화와 사고에 보다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과거에는 누릴 수 없었던 정치 분야의 투명성, 사회적 현상에 대해 개개인이 적극 찬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도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라고 지적했다. CBS는 "과거 모뎀에서 지금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20년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며 "앞으로 다시 20년 뒤 인터넷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라고 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