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하반기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면서 우리 경제도 예상보다 훨씬 큰 충격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각 기업들은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안정성이 높아짐에 따라 경영ㆍ투자계획의 수정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미국과 유럽의 재정 상황, 원자재 값과 금리, 환율변동 추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당장 환율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좌우되는 자동차업계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미국의 더블딥, 유럽의 재정위기,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하강 등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면 제2의 글로벌 경제위기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고용불안이 확대되고 소득이 감소할 경우 고가 내구재인 자동차 판매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는 고연비차 개발, 모듈화와 플랫폼 통합 등 질적 성장과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힘을 모을 방침이다.
선진국 시장의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전기ㆍ전자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PC, TV 등 완제품의 수요 회복이 더뎌지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도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영 여건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가격이 바닥세인 반도체 분야는 20나노급 등 미세공정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액정표시장치(LCD)와 TV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23조원, LG전자는 4조8,000억원 등 올해 책정한 투자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에 민감한 철강업계는 원가절감에 집중키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로부터 원료를 수입하는데다 제품의 수출 비중도 큰 만큼 전 계열사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물동량 감소와 선박 과잉공급, 유가 상승 등 삼중고에 시달려 온 해운업계는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주요 노선의 운임이 바닥까지 떨어져 현재는 유류비조차 메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보다 경기가 더 나빠질 게 분명하지만 별다르게 내놓을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우리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다 대미 수출과 현지생산이 많은 ITㆍ전자 및 자동차의 비중이 커 충격의 강도 또한 더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때일수록 기업들이 이번 사태의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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