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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최종병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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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최종병기 활'

입력
2011.08.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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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활을 표기하는 한자가 궁(弓)이 아닌 움직일 활(活). 역시나 출발부터 속도감이 넘친다. 역적의 자식으로 사선을 넘은 남이의 곡절 많은 어린 시절 묘사부터 속도를 붙인다. 장성한 남이(박해일)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삶에 울분을 삭이며 딸 같은 여동생 자인(문채원)의 행복만을 바라는 장면은 일종의 쉼표. 서군(김무열)과의 혼인식 날 자인이 청나라군에 끌려가면서 이야기는 계속 급류를 탄다. 영화는 호랑이 등에 올라 탄 듯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쾌속 질주하며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활에 있다.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는 속도에 속도를 더하는 이 영화에 서스펜스를 제공하며 스릴을 한껏 안긴다. 왜소해 보이는 조선의 활과 힘을 앞세운 청나라군 활의 대결도 흥미롭다. 바나나킥처럼 활을 휘어 쏘아 적을 제압하는 남이의 활약, 두 명의 몸을 관통하는 청나라군 화살의 위력 등이 재미를 더한다. 동생을 구하기 위한 남이의 헌신적인 태도와 그런 남이를 막아 선 청나라 장수 쥬신타(류승룡)의 카리스마가 맞부딪히면서 빚어내는 긴장도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등장인물들이 절벽에서 맞은 편 절벽으로 건너 뛰는 장면, 호랑이와 맞선 청나라군의 모습 등은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다.

등장인물들이 생경하기만 한 만주어를 구사하는 장면이 이국적이다. 청나라군이 중국어를 썼다면 영화의 재미는 반감됐을 듯하다. 성실하게 준비하고, 땀으로 그려낸 듯한 장면들이 신뢰감을 준다.

좀 단순한 이야기 전개가 약점이다. 이야기의 가지를 쳐낸 만큼 영화는 쉬 가속도를 붙이나 무게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목숨을 걸고 자인을 구하려는 남이의 심리는 이해하지만 좀 극단적이다. 호쾌하면서도 조금은 애잔하게 병자호란의 이면을 그린, 매우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다. '극락도 살인사건'과 '핸드폰'을 만든 김한민 감독.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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