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세계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은 8일 내부적으로는 긴박하게 움직이면서도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현재 진행되는 상황이 어느 나라 하나가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세계 모든 나라의 서바이벌(생존) 게임"이라며 "국제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당분간 상황 전개를 주시해야 하고 금융시장뿐 아니라 세계 실물 경제동향도 같이 봐야 한다"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들이 수시로 모여 동향을 살피고 필요한 대책을 적기에 추진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세계 금융시장 흐름으로 볼 때 중동으로 돈이 모인다"면서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유럽, 미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중동과의 협력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외화차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하라는 의미"라며 "'스쿠크(이슬람채권)' 허용 문제와는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주재로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는 당초 계획이 없었으나 앞서 오전 8시에 시작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돼 갑자기 소집됐다.
회의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김태준 금융연구원장,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 등 정부기관 및 외부 전문가와 청와대 비서진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칠 여파를 면밀히 점검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와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정부 당국자의) '상황을 심각하게 본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라는 말 자체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자세한 브리핑을 자제했다.
이날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린 당정청 실무회동에서도 금융시장 대책 등이 집중 논의됐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만큼 시의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적절한 대응을 놓쳐 화를 키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청와대와 정부에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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