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방송인 송해(84)씨가 연예계 데뷔 56년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연을 갖는다. 공연 이름은 '나팔꽃 인생 송해 빅쇼'. 추석 연휴 때인 9월 12, 13일 이틀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1955년 창공악극단 단원으로 시작한 연예 활동이 반세기를 훌쩍 넘겼지만, 그는 자신의 쇼 한번 갖지 않았다. 27년 동안 KBS1TV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하면서 '국민 MC' 별칭이 붙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에게 주변 사람들이 공연을 적극 권유한 게 '송해 쇼'를 여는 계기가 됐다.
한 지인은 "송씨는 무대에 서는 일을 오래 했어도 평소엔 남 앞에 나서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 이젠 나이도 있고, 한 번쯤 해 봐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1927년생인 그는 구봉서씨 등 비슷한 연배의 원로 연예인 중에서 유일한 현역이다. '전국노래자랑' 진행으로 국내 최장수 MC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껏 호흡을 맞춘 전국노래자랑 PD만 120명이다.
송씨는 부모와 자식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연휴 때 네 차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코미디언, 사회자, 가수, 악극인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과 열정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겠다"는 자세다.
프로그램 구성도 다양하게 꾸며질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쓴 악극 '홍도야 우지마라' 코너에서는 홍도의 오빠로 등장해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 주고, 대표작인 '전국노래자랑'을 재연하는 코너도 준비 돼 있다.
10여 곡의 애창곡을 부르는 모습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연 주관사 측은 "송씨를 칭하는 수식어는 여럿 있지만 이번 공연에선 '가수 송해'의 진면모를 보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그에게 '노래'는 각별한 존재다. 황해도 재령이 고향인 그는 해주예술학교에서 성악을 배웠고, 몇 차례 앨범을 낸 중견 가수이기도 하다. 공연 이름도 2006년 자신의 애창가요 모음집에 수록된 '나팔꽃 인생'이란 곡 제목에서 따왔다. 경남 함양의 한 식당에서 담장을 감고 핀 소담스런 나팔꽃을 보고 작곡가 고 신대성이 "우리 인생이 나팔꽃 인생 아니냐"며 그를 위해 작곡한 곡이다.
이상벽의 사회로 진행되는 공연에는 '전국노래자랑'으로 데뷔한 가수 박상철과 김학래, 이용식 등 후배 코미디언들이 특별 출연한다. 공연은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대도시를 돌며 10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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