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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노벨상 석학들, 한국 과학정책 비판/ "노벨상, 부추긴다고 받을 수 있는 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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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노벨상 석학들, 한국 과학정책 비판/ "노벨상, 부추긴다고 받을 수 있는 상 아니다"

입력
2011.08.0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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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연구를 하다 보니 노벨상을 받게 된 거지, 노벨상을 타려고 연구한 건 아닙니다. 주위의 과도한 기대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카이스트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C) 참석차 방한한 고시바 마사토시(85) 일본 도쿄대 특별영예교수와 리위안저(75) 대만 중앙연구원 특빙연구원. 각각 노벨 물리학상(2002년)과 화학상(1986년)을 수상한 석학들은 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노벨상 콤플렉스'에 대해 쓴 소리를 던졌다.

국내에선 젊은 의ㆍ과학자를 선발해 연간 3억원씩 지원하는 '노벨 생리ㆍ의학상 프로젝트' 등 노벨상 수상을 목표로 한 연구가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고시바 교수는 "연구를 해보지 않은 정책 입안자들이 연구정책과 방침을 결정하는 게 문제"라며 "이렇게 되면 과학자가 제대로 된 연구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리 연구원도 "교실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모두에게 1등이 되라고 하면 결국 아무도 1등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중성미자를 처음 관측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그는 도쿄대 물리학과를 꼴찌로 졸업했지만 낙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학은 즐겨야 한다는 평소 생각 때문이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과학교육 현실을 어떨까. "한국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올림피아드는 짧은 시간 안에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잘 푸는지 보는 시험이에요. 과학은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인데, 한국은 높은 시험성적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리 연구원도 "부모나 교수 말에 잘 따르면 좋은 학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이들은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기 어렵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주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른들이 알려주는 '지름길'보단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민한 다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매년 10월이면 아무개가 수상에 근접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는 한국 언론에 대해서도 "과도한 기대나 압력은 해당 과학자를 북돋기보다 오히려 신경질적으로 변하게 할 수 있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주축이 돼 만든 ASC 는 노벨상 수상자 등 유명 과학자들이 아시아의 젊은 과학도(18~22세)들과 토론하며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다. 2007년 대만 타이페이에서 처음 열렸으며, 5회인 올해 행사는 한국물리학회 대한화학회 등이 주최했다.

대전=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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