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의 트리플A(AAA) 등급을 박탈하면서, 주요7개국(G7) 중 3대 신용평가기관에서 모두 최고등급을 유지하는 국가는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만 남았다. 그러나 미국의 강등 여파가 다른 선진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금융시장은 '트리플A 그룹'에서 이탈할 수 있는 다음 타자로 프랑스를 지목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투자자와 경제학자에 따르면 미국 등급 강등에 따라 프랑스가 최고 등급을 잃을 수 있는 나라로 남게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 프랑스의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트리플A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143.8bp(1bp=0.01%)를 기록 중이다. 독일과 비교하면 10년물 국채 수익률 격차가 81bp로 벌어져 있다. 1bp 차이가 나면 1,000만달러를 차입하는데 해마다 1,000달러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
금융시장이 프랑스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화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나라이기 때문이다. 유니크레디트글로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르코 발리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우리가 프랑스를 '핵심국가'로 간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도 그리 건강하지 못하다. 프랑스 역시 미국이나 이탈리아처럼 쌍둥이 적자(경상ㆍ재정수지 적자의 동시 발생) 현상을 만성적으로 겪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7.1%,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1.8%다. S&P는 6월 보고서에서 "프랑스가 연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지 않고 재정건전화 정책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트리플A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통화정책이 유럽중앙은행(ECB)으로 넘어가 있어 위기상황에서 쓸 카드가 제한돼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UBS의 리서치 책임자 폴 도노반은 "내 생각에 프랑스는 트리플A가 아니다"고 단정하며 "프랑스는 자체적으로 돈을 찍어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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