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때면 나타나는 닥터 둠(Dr.Doomㆍ경제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 닥터 둠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세계 경제가 또 다른 침체(더블딥)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것이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ㆍ수행 불가능한 임무)"이라고 경고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도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경제에 부담을 키워 미국 경제를 더블딥에 빠뜨릴 수 있다"며 닥터 둠에 가세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경제위기의 발단을 유럽으로 지목한 뒤 "이탈리아는 경제규모가 크기 때문에 쉽게 구제할 수도 없고, 구제가 불가능한 국가"라며 또 다른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경고했다.
그러나 투자가의 입장에 있는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은 "앞으로 3년간 더블딥은 없다"며 낙관론을 유지하고 3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트랜스애틀랜틱 인수전을 예정대로 강행했다.
가장 주목 받는 닥터 둠은 3년 전 금융위기를 짚어내 유명 인사가 된 루비니다. 그는 8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3년 전보다 지금 상황이 더 위태롭다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미국과 유럽이 동시 채무위기에 처해 있고 중국은 지난번처럼 구원 투수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와 달리 세계 각국은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남은 카드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세계가 2차 침체를 피할 수 있을까'하고 물으면 대답은 '미션 임파서블'이다"고 적었다.
추가 경기부양책은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3차 양적완화(QE3)를 단행하겠지만 작년 6,000억달러를 쏟아 붓고 겨우 1분기 3% 경제성장을 견인한 QE2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 해법으로 '질서 있는 조정'을 주문하고 미국에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절반 삭감과 채권기관 지원을, 유로존에는 제로금리 도입을 제시했다. 더블딥은 아니라도 최악 국면인 2차 공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S&P는 이들 닥터 둠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아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서머스 전 경제자문위원장처럼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더블딥과 재정적자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잘못된 판단'으로 규정했다.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미국 자존심과 심리에 타격을 가했다"면서 "미국은 언제나 돈을 찍어낼 수 있어 디폴트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도 "S&P가 실수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온스당 1,700달러를 넘어선 금 투자로 재미를 본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S&P의 결정이 좀 더 일찍 단행됐어야 했다"며 미국이 사실상 파산상태라고 주장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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