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의 적절성을 두고 미 정부와 S&P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미 정부가 "채무 규모를 잘못 산정해 내린 엉터리 판정"이라며 S&P를 공격하자, S&P는 "채무 규모 산정의 실수는 지엽적 문제로 고질적인 채무 문제와 정치권의 신뢰도 결여가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존 벨로우스 미 재무부 경제정책 차관보 대행은 6일(현지시간) 재무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S&P가 채무 산정 과정에서 2조 달러의 계산 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정치적 이유를 명분으로 결함 있는 판단을 고수했다"며 "수치 착오가 없었다면 등급을 강등할 정당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진 스펄링 미 백악관 경제 보좌관도 "무려 2조 달러나 잘못 계산한 수치로 결과를 짜맞췄다"며 S&P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S&P는 그러나 부채한도증액 협상을 둘러싸고 최근 미 정치권이 보여준 태도가 (등급 강등에) 본질적 원인을 제공했다며 정치권에 화살을 돌렸다. 데이비드 비어스 S&P 국가신용등급평가 글로벌 책임자는 "정치권의 부채한도증액 협상 결과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고 말했다.
합의 사항을 실제 실행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점도 강등 요인으로 작용했다. S&P 관계자는 "공화당은 세금인상에, 민주당은 사회보장 개혁에 각각 반대하고 있어 재정 지출 감축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의 재정상태나 정치갈등이 더 심화된다면 이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6개월~2년 내 추가로 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은 3분의1 정도"라고 주장했다.
외부 시각은 S&P에 비판적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5일 폭스비즈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S&P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힌 뒤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에 여전히 AAA등급을 부여한다"며 "단기 미국채를 400억달러 넘게 보유하고 있지만 매각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담보 증권에 등급을 매겼던 S&P가 미 재정정책을 평가하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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