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식량쇼크다. 가뭄과 폭우, 혹서 등 이상기후현상이 전 세계 곳곳의 곡창지대를 덮치면서 식량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전세계가 기후변화에 대비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중인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극한 기후에도 잘 자라게 하는 식물 유전자를 발견, 희소식을 전했다.
경상대 생화학과 윤대진 교수는 "사막이나 북극과 같은 극지방 등 극한 환경을 견디게 하는 식물 유전자 669개를 발견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진행하는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WCU) 사업 중 하나인 '기후변화에 대응한 식물 환경생명공학 기술개발'과제로 수행됐다.
지구에는 식물 약 35만종이 서식한다. 이들은 환경스트레스 영향에 따라 크게 글라코파이트종과 할로파이트종으로 나뉜다. 글라코파이트종은 혹서ㆍ혹한 등 환경스트레스에 약한 식물종이다. 벼 밀 보리 등 대부분의 작물과 육지 식물이 여기에 속한다. 할로파이트종은 극한 환경에서 사는 식물을 말한다.
연구진은 할로파이트종에 속하는 식물 툴룬젤라파불라의 유전체(유전자 전체)를 분석한 결과 이 식물에만 있는 유전자 669개가 환경스트레스를 이겨내는데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유전자를 벼나 밀 등에 넣으면 이상기후현상을 견디는 작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기온이 1도 오르면 전체 쌀 생산량의 3%(약 15만톤)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윤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환경에 작물이 적응하지 못하면 식량생산량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극한 환경에도 적응하는 작물이 나온다면 미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제네틱스 8일자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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