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통일대교를 건너 민간인통제선을 통과하면 도라산평화공원 이정표가 나온다. 경기도가 110억원을 들여 2년간의 공사 끝에 파주시 장단면 노상리에 2008년 6월 개장한 공원이다. 경의선 남측 최북단역인 도라산역과는 딱 붙어 있다.
도라산평화공원의 시작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도라산역을 방문한 2002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공원이 조성됐고, 완공 뒤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직후인 2008년 식목일에 방문해 기념식수를 했다. 하지만 개장 2년이 흐른 지금은 평일과 주말을 막론하고 하루 종일 사람 그림자를 찾기 힘든 '유령공원'으로 전락했다.
도라산평화공원을 위탁운영하는 경기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원 방문객은 1만명이 조금 넘는다. 공원 면적이 9만9,000㎡나 되지만 방문객은 많이 잡아야 하루 30명 꼴. 이렇다 보니 공원 가운데 자리잡은 전시관은 불이 꺼져있는 날이 더 많고, 매점인 피스팟(Peace Pot)도 아예 문을 열지 않는다. 그래도 공원 내 수목 관리와 시설유지 등의 비용으로 1년에 약 3억원의 도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관광공사는 방문객이 없는 이유를 외부요인에서 찾는다. 지난해 터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관계가 얼어 붙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09년 12월 초에는 30대 민간인이 도라산역에서 내려 북쪽으로 가려다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정신이상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훈방으로 풀려났지만 도라산역 보안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신분증만 있으면 경의선을 이용해서 가능했던 개별적인 공원 방문이 금지돼 이제는 여행사를 통한 단체관광객만 입장할 수 있다. 설상가상 도라산역 단체관광객마저 줄어들자 코레일은 지난해 7월1일부터 하루 6편이었던 문산역~도라산역 열차를 2편으로 대폭 축소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2009년 4만여명이었던 방문객이 지난해 4분의 1로 줄어든 것은 민감한 남북문제 때문"이라며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일반인 접근이 어려운 곳에 공원을 조성했고, 볼거리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공원 안에는 평화상징 조형물들과 도민 성금을 모아 만든 통일의숲, 꽃사슴쉼터 등이 있지만 다른 공원들과 비교할 때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민통선 안에서 영농을 하는 이모(65)씨는 "이 정도 공원을 보려고 누가 구태여 민통선까지 찾아오겠느냐"며 "거금을 들여 대규모 공원을 만들어 놓고 수년간 놀리는 행정이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9일부터 임진각에서 출발하는 DMZ 안보견학 코스에 도라산평화공원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도와 관광공사의 끊임없는 협조요청을 받아들인 것이지만 전망은 회의적이다. 시 관계자는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연계 코스에 넣었어도 관광객 반응이 좋지 않을 경우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파주=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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