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지난 6일까지 78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기존 최고 흥행작은 1976년 개봉작 '로보트 태권브이'를 복원해 2006년 선보인 '로보트 태권브이: 76년 디지털 복원판'(배급사 집계 73만명). 이 같은 성과는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한국 애니메이션에 상업적 돌파구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황선미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동화를 밑그림 삼아 양계장을 뛰쳐나온 암탉의 사랑과 모험을 그린 작품. 충무로 품질보증마크로 통하는 제작사 명필름과 국내 대표적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돌또기가 손잡고 만들었다.
국산 애니메이션은 기술은 좋지만 상업적 노하우가 부족하고 제작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감안한 조합이다. 1995년 설립한 명필름은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만든 충무로의 대표적 제작사다.
국산 애니메이션은 '마리 이야기'가 2002년 세계 최고 권위의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과 작품성을 꾸준히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놀이터였고, 국산은 늘 찬밥 신세였다. 돈이 벌리지 않으니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TV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하거나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하청기지 역할에 만족해야만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이 1년에 1편 개봉하기도 쉽지 않았다. 한국 영화가 2000년대 들어 산업적, 예술적으로 국내외의 고른 평가를 받은 것에 비하면 애니메이션은 산업적으로 한참 뒤떨어졌던 셈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은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는 장인처럼 물건을 만들 줄만 알았지 시장에 내다 팔아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업계 사람들에게 '마당을 나온 암탉'의 흥행 여부는 최고 관심사다"고 말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흥행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리오' '카2'와 경쟁해서 얻은 성적이라 더 의미가 깊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누적 관객 수뿐 아니라 1일 관객에서도 두 영화를 압도하고 있다. 당초 영화계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선전을 기대하면서도 힘이 많이 부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10일 국산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손익분기점인 150만 관객을 넘을 가능성도 높다. 개봉도 하기 전 인도와 터키, 중동 배급사와 수출계약서 도장을 찍어 외화벌이 전망도 밝다. 음반과 그림책, 캐릭터를 활용한 문구 출시에 이어 전자책, 봉제인형 제작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고 많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자금 모으기에서 극장 배급까지 모든 것이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을 넘는 과정이었다. 지금도 극장들이 밤 시간대엔 상영을 안 하는 등 넘어야 할 걸림돌이 있다"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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