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대외 악재로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금융기관들의 외화 유동성 확보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고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나라보다 위기 시 충격이 강한 만큼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소집한 긴급 간부회의에서 "물가가 올라도 당장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화 유동성 문제는 잘못되면 나라를 망하게 한다"며 실무진에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은행들이 아무리 '우리는 괜찮다'고 해도 절대 믿지 말라"며 "내가 세 번이나 속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말하는 '세 번'은 외환 위기 전인 1997년, 카드 사태 당시인 2003년,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은행들이)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에 손을 벌리는데, 그런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정부가 7일 개최한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도 외환 수급 상황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향후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상황 변화를 면밀히 점검키로 의견을 모았다"며 "위기 발생 시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달러가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만큼 외자 유출입 동향을 집중 점검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공조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브라질 등 주요 20개국(G20)은 금융시장 안정에 협력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조만간 내기로 했다. 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주요 7개국(G7) 긴급 재무장관회의를 수일 내에 열고 최근 세계 경제위기를 논하겠다고 밝혔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부채 위기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가졌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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