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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금융시장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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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금융시장 공포

입력
2011.08.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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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고 있다. 미국시장을 필두로 아시아 및 유럽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있고, 금리, 환율, 원자재 가격들도 급등락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에 미국이 간신히 정부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였지만,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데 이어 제조업 지수 및 개인소비 지출의 하락, 예상보다 미진한 고용지표 등으로 인해 더블딥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또 유로존 국가 정상들이 그리스 구제금융에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각국 의회의 승인 지연 및 합의에 대한 상이한 해석 등으로 인해 효과가 크게 희석되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로의 재정위기 확산도 우려되고 있다.

출구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

작은 비상구 하나 없는 것도 문제다. 스위스는 최근의 금융불안으로 프랑화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되자 기준금리를 인하해 자국통화 절하에 나섰고, 일본도 엔화 강세 추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연일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제3차 양적 완화정책을 추진해 자국내 수요 급락을 막고 달러 절하를 유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유로존도 ECB의 발권력을 이용해 회원국들의 재정부실을 메워주는 '통 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은 나라이다. 글로벌 통화가치 절하 전쟁이 벌어지면 누구보다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고, 글로벌 금융불안이 나타나고 환율이 급등할 경우에도 증시 폭락과 외화 유동성 경색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주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나흘만에 10%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물론 이 같은 폭락은 대외 요인에 기인한 것이었지만, 대외적 충격을 소화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과다한 가계부채의 해소, 부실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 등 해결하기 쉽지 않은 대내적 현안이 있지만 외부의 충격을 완화시켜 내부 정책집행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통화신용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져 이러한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작년 중반 이후부터 정책금리를 올려도 장기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각종 금융규제로 인한 잉여 유동성의 증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외국 투자가들이 원화강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하에 금리가 올라갈수록 장기국채의 매입을 가속화한 때문이기도 하다. 자금유출입을 일부 통제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에 외환건전성 부담금 도입, 외국인 채권투자의 이자소득세 부활, 선물환 포지션 한도 설정 등의 조치를 취하였지만 외국인의 장기채권투자 유입은 지속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금년 들어 원화가치의 큰 폭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출 다변화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값싸고 품질 좋은 국내 제품이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진국에 비해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재정투입 여력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및 유로존의 경제상황을 볼 때 원화의 절상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인해 일시적이나마 환율이 급등하고 외화 유동성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된다.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긴요하지만 높은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울 수 있고 외국인의 과도한 국채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상충된 정책 내놓아선 안돼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다. 기조적으로 정책금리를 높여가지만 일시적으로는 현 수준을 유지하고 원화절상을 어느 정도 용인해, 물가상승을 조절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 중 하나이다.

글로벌 경제의 추세를 예의주시하고 이에 신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우리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의 숙명과도 같은 과제이다. 최선의 방책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현재와 같은 국내 금융시장 제약조건 하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제시하고 일관된 시그널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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