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책은 출판사라면 한 번쯤 눈독 들이는 분야다. 교육열은 한국 따라올 나라가 그리 많지 않고 "우리 아기 영재 아닐까" 하는 '착각'은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기 때문이다. 잘 하면 '대박' 터질 가능성이 높은 분야인 셈이다.
육아서 베스트셀러의 상위를 점하는 건 연령별 영유아 육아법을 다룬 책들이다. 취학 전 7세 정도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자녀교육 책은 정신과 의사나 상담치료사가 현장 경험을 중심으로 해 쓴 책 몇 종이 그런대로 읽히는 정도였다.
그런 자녀교육서 시장에 2009년 돌풍이 일었다. EBS의 인기 다큐멘터리 내용을 담아 그 해 8월 출간된 <아이의 사생활> (지식채널 발행)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지금까지 50쇄를 찍어 26만부 정도가 나갔다. 국내에서 집필ㆍ편집된 자녀교육서로 단기간에 이만큼 팔린 책은 전례가 없다. 아이의>
지난 6월 같은 출판사에서 후속으로 나온 <아이의 자존감> 도 출간 2개월만에 8만부가 팔렸다. 한국출판인회의나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집계에서도 출간 이후 줄곧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아이의 사생활> 전체 5부 주제 가운데 마지막인 '자아존중감'만 따로 떼내 기본 내용을 그대로 담고 '우리 시대 리더의 자존감의 조건' '부모의 자존감이 아이의 자존감을 키운다' 등의 내용을 추가한 책이다. 아이의> 아이의>
1년에 걸친 숱한 자체 실험과 4,200명의 설문조사, 국내외 전문가 70여명 취재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의 높은 완성도 때문에 두 책은 사실 출간 전부터 어느 정도 성공을 보장 받은 것이었다. 시공사 계열 출판사인 지식채널 김경섭 대표는 "그때까지 대개의 자녀교육서가 성공한 특정 인물의 아이 키우는 방법을 소개하는 식이었지만 이 책은 실험을 통해 자존감, 남녀차이 등의 카테고리를 현실적으로 짚어 준 게 달랐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필자인 EBS 제작팀이 밝힌 대로 이 책들이 영재교육 일색이던 국내 자녀교육서 풍토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아이의 자존감> 의 성공은 '똑똑한 아이' 보다 '자기를 존중할 줄 아는 아이'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한국의 부모들이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이의>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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