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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인기 공포웹툰 '옥수역 귀신'의 최종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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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인기 공포웹툰 '옥수역 귀신'의 최종호 작가

입력
2011.08.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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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탄한 스토리와 3D기법 "옥수 주민들 무섭다고 항의 메일"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됐던 지난달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만화가 한 편 있다. '옥수역 귀신.'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여름을 맞아 개설한 미스터리 단편코너에 올라온 웹툰이다. 웹툰이란 인터넷에 게재되는 만화, 즉 인터넷 카툰을 뜻한다. 이 작품은 처음 게재된 지난달 21일 이후 사흘 동안 내리 네이버 실시간 검색 1위를 달렸다.

그만큼 작품은 충격적이다. '너무 놀랐다''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모니터에 우유를 뿜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놀란 사람들은 이 작품을 이메일과 트위터 등으로 퍼 날랐고, 삽시간에 인기만화가 됐다.

이 만화는 마치 실화를 암시하듯 '2009년 모 사이트에 올라온 글과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했습니다'라는 글로 시작된다. 늦은 밤 귀가하던 청년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옥수역에서 어떤 여인을 보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스토리다. 직접 보지 않고선 그 공포를 설명할 방법이 없을 정도다.

수 많은 네티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 원성과 갈채를 함께 받은 작가 최종호(25) 씨를 비 내리는 어느 늦은 오후에 만났다. 1986년생 범띠여서 '호랑'이라는 예명을 쓰는 그는 싱글싱글 잘 웃는 청년이다.

"옥수동 사람들로부터 무서워서 지하철을 타지 못하겠다는 항의 메일을 많이 받았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커서 놀랐다는 최 씨는 이 작품을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로 기획했다. 실화를 가장한 가짜 다큐멘터리라는 뜻. 첫 머리에 실화를 암시하는 듯한 글이 있지만 사실은 그가 하루 동안 전부 지어냈다.

왜 하필 무대가 옥수역이었을까. "집이 서울 연신내여서 3호선을 타고 옥수역을 자주 지나치는데 늦은 밤이면 사람이 별로 없어 무섭더라구요. 승강장이 야외(지상)에 있고 더구나 한강가여서 음침하기도 하구요.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 사람이 죽은 적도 있었대요." 최 씨는 역이 주는 분위기를 깔끔한 그림으로 재현했다.

그의 만화를 보면 실제 사진을 축소해 놓은 듯 하다. "게임기법인 3차원 모델링을 그림에 적용했어요." 3차원 모델링이란 사물을 그릴 때 360도 입체요소를 모두 재현하는 것. 따라서 그림에 보이지 않는 뒷면까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입체적으로 재현한 뒤 화면에 배치했다. 여기에 이용자의 시선을 읽는 정교한 프로그래밍 기법까지 적용했다. "화면을 내리며 읽는 속도를 만화가 자동으로 계산해 어느 지점에서 특정 영상이 나타나도록 했어요."

마치 영화의 특수 효과를 연상케 하는 이 같은 방법은 그림만 그려서는 구현하기 힘들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프로그래머로도 활동한다. "아직은 유명하지 않다 보니 만화만 그려서는 돈 벌기 힘들어서요."그래서 게임업체에서 개발자로 활동했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는 일도 했다.

덕분에 최 씨의 작품은 다른 웹툰 작가들과 달리 컴퓨터 프로그래밍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전작 웹툰인 '구름의 노래'는 특정 장면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도 한다. 그는 이런 점으로 차별화했다.

최 씨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부모는 반대했다. 그래서 혼자 습작으로 그림을 익혔다. 나중에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독학으로 익힐 만큼 그는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하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일부러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인문계를 가면 공부해야 하니 그림을 그릴 수 없잖아요. 부모님요? 엄청 반대했죠."자식의 뜻을 꺾을 수 없었던 부모는 대신 대학만큼은 꼭 가기로 약속하고 그의 상고 진학을 허락했다.

남다른 재주가 있던 그는 고 2 때 이미 게임개발업체 눈에 띄어 직장을 다녔다.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공부도 해서 2005년 성공회대 디지털콘텐츠학과에 진학을 했고 이 달에 졸업을 한다.

'슬램덩크''드래곤볼' 등 일본만화를 즐겨보고 스티븐 킹의 공포소설을 즐겨 읽는 그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실시한 만화공모전에 '천년 동화'라는 작품이 당선돼 데뷔했고, '구름의 노래'를 비롯해 여러 편의 작품을 그렸다. 그림은 주로 태블릿을 이용해 그린다.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가 아니라 펜을 닮은 입력장치로 넓적한 판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주변장치다.

만화가를 꿈꾸는 청춘들을 위해 조언을 구했더니 뜻밖에도 "책을 많이 읽으라"는 답이 돌아 왔다. "그림 그리기보다 소설이나 각종 서적을 많이 읽어서 다양한 지식을 쌓아두고, 이를 이용해 이야기를 만들 줄 알아야 해요. 콘텐츠는 스토리 구성 능력에서 승부가 판가름 나거든요."

사람들의 기대를 받는 최 씨의 차기작은 엉뚱하게도 로봇물이다.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아요.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도록 여러 장르를 해 볼 생각이에요. 네이버에서 연재할 차기작은 명랑 로봇만화에요. 이달 중 아파트 주변을 떠도는 귀신물도 한 편 더 내놓을 예정입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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