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연근무+칼퇴근" 기업 체질 혁신 6년 만에 주가 15배
"뉴욕타임스 룰이 그를 주식 부자로 만들었다."
현직 전문경영인 가운데 주식자산이 가장 많은 CEO는 차석용(사진) LG생활건강 사장이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차 사장은 자사주 3만3,800주를 보유해 지난 1일 기준으로 163억4,230만원의 주식평가액을 기록했다. 일반 사원으로 출발해 사장까지 오르고, 게다가 어마어마한 주식까지 보유하게 됐으니 그는 누가 봐도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오너도 아닌 월급사장이 어떻게 이 많은 주식을 갖게 됐을까. 스톡옵션을 받은 걸까? 주식투자에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차 사장이 갖고 있는 주식은 자사주다. 그는 한국P&G대표에서 LG생활건강 CEO로 스카우트된2005년부터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였는데, 6년 사이에 주가가 무려 15배나 뛰면서 어마어마한 주식부자가 된 것이다. 실제로 차 사장 취임 후 LG생활건강의 매출은 24분기 연속, 영업이익은 26분기 연속 성장하고 있다. 취임 당시와 비교해 매출은 약 3배, 영업이익은 약 5배 뛰었고, 올해도 실적 랠리를 이어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차 사장은 자사주를 사들인 이유에 대해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말했다. CEO의 경영성과는 결국 주가로 반영되는 만큼, 스스로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이었다. 차 사장이 주식부자가 된 건 결국 CEO로서 경영을 잘 한 결과인 셈이다.
그는 자신의 경영철학으로 주저 없이 '뉴욕타임스 룰'을 꼽는다. "일거수일투족을 기자가 동행 취재해 뉴욕타임스에 실어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경영인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격식과 형식을 파괴, 철저히 일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예컨대 그는 오전 8~9시 사이에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오후 5~6시 사이 퇴근하는 '유연근무제+칼 퇴근'을 도입했고, 스스로 8시 반에 출근해 오후 5시 반이 되면 바로 퇴근한다. 임원이나 팀장급 이상이 아닌 하위 직급 직원도 필요하면 언제든 열려 있는 사장실 문으로 들어가 보고를 한다. 회의 횟수는 대폭 줄이고 길어야 1시간 내에 끝낸다. 인재관도 남달라 직원의 재능보다는 정직과 성실성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에 비해 시장전략은 상당히 공격적이란 평을 듣는다. LG생활건강의 급성장에는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M&A)이 큰 역할을 했는데, 2007년 말에 사들인 코카콜라음료가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고, 2010년1월에는 더페이스샵을 인수했으며 올해 1월에 인수한 해태음료 역시 2분기부터 실적이 흑자로 전환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6년 동안 LG생활건강의 체질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보면 CEO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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