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휩쓸려 정작 연구를 못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기초과학연구원장직을 제안 받는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생각입니다.”
세계적 물리학자인 김영기(49) 미국 페르미연구소 부소장은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가 성공하려면 이미 결정된 사항을 번복하기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최선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며, 핵심은 기초과학연구원장의 자율성과 독립성”이라고 말했다.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유능한 사람을 선발해 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중이온가속기와 함께 과학벨트의 한 축으로, 산하에 50개 연구단을 갖춘 연구기관이다. 5월 이들 연구단을 충청, 호남, 영남에 분산 배치하는 방안이 결정되면서 일부 과학계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삼각벨트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물리학회 등이 주최하는 아시아 사이언스 캠프(ASC) 초청으로 한국에 온 그는 입자가속기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2004년 페르미연구소의 ‘양성자-반양성자 충돌실험(CDF)’ 공동대표를 맡은 후 부소장에까지 올랐다.
‘기초과학연구원을 이끌 우수 연구원 3,000명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시각에 대해선 “수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보다 연구자 개인 사정을 고려한 유연한 채용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령 외국 대학에서 종신교수직을 받은 과학자가 이를 포기하고 오기 힘든 만큼 종신교수직을 유지하면서 한국에서도 연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대 우주물리ㆍ수학연구소(IPMU)도 ‘연구자 맞춤 채용 방식’으로 해외 우수인력을 확보했다.
김 부소장은 “연구 잘하는 사람을 데려오려면 먼저 좋은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과학벨트가 성공하면 더 우수한 해외 인력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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