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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패닉/ 공포가 공포 불러…미국-유럽, 구원군 돼주긴커녕 서로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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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패닉/ 공포가 공포 불러…미국-유럽, 구원군 돼주긴커녕 서로에 악영향

입력
2011.08.0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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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금융시장의 증상은 백약이 무효하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폭락 파장이 파도타기 응원처럼 서쪽으로 세차게 뻗어나가면서 시장의 공포와 불안도 어느 나라 가릴 것 없이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대서양 양쪽 어디를 둘러봐도 파도를 막아 줄 든든한 방파제가 없다. 유럽 위기가 확대되면서 미국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이어 미국 증시 폭락은 유럽시장에 또다시 악재로 작용한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을 겨우 모면한 미국, 재정위기를 차단하지 못한 유럽이 서로 악영향을 주면서 위기의 블랙홀 속으로 함께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패닉 또 패닉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약발, 말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일본은 4일 사상 최대규모(4조엔 추정)의 실탄을 퍼부으며 환율방어에 나섰지만 다음날 엔화는 바로 반등했다. 미 백악관이나 재무부가 수 차례 "더블딥(불황을 벗어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은 없다"며 불씨를 끄려 했지만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돈 빼기에 바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4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국채매입 재개를 시사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호세 마누엘 바호주 유럽집행위원장은 "채권시장 위기는 유로존 위기대응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3일) "주요국까지 흔들리고 있다"(4일)며 며칠째 걱정만 늘어놓았다.

"지금은 신뢰의 위기일 뿐 은행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고 말한 리나 아가왈 조지타운대 교수처럼, 미국 내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유럽을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보다 유럽 상황을 이번 사태의 본질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과제

문제는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을 살펴볼 때 불안 심리가 부양책만으로 쉽게 불식되지 않으리란 점이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위기 ▦미국 정부지출 삭감 ▦이탈리아로 전이된 유럽 재정위기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중국의 긴축 유지 등을 위기의 원인으로 들었는데 어느 하나도 단기간에 해결될 게 없다. 미국 상황이 이 지경이 아니라면 '제2의 마셜플랜'이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지금은 유럽의 발목만 잡지 않아도 고마울 정도다. 반대로 약달러의 이점을 살려 수출을 늘려야 할 미국도 내수가 저조한 유럽의 도움을 받을 방도가 없다.

위기의 진원지인 이탈리아를 봐도 그렇다. CNN은 부채 과다(국내총생산의 120%)와 저조한 경제성장(연간 0.3%)을 이탈리아 위기의 핵심으로 지적했는데 유로존 도움 없이 혼자 풀기 어려운 숙제다. 그러나 유로존 구제금융자금 격인 유럽재정안정기금(4,400억유로)으로는 그리스나 포르투갈에 돈을 대기에도 빡빡하다.

부양책 한계-탈출 묘책은

전망은 어둡다. 가디언은 5일자 사설에서 "2008, 2009년 경기부양책을 소진한 서구에 더 이상 비상대책이 없다는 점과,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지속불가능한 수준의 금리로 빚을 내고 있다는 점이 이번 위기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두 차례 양적완화 결과 돈이 넘치고 있는 시장이 유동성 부족으로 겪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근본 해결책은 긴축을 통해 부채규모를 줄이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로이터의 칼럼니스트 아그네스 크레인은 "그리스 사례와 같은 부채상환 연장은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긴축을 하며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스티븐 펄스타인은 미국 국채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날 것을 촉구하며 "고통스럽지 않은 해결책은 없고 이젠 어떻게 고통을 나눌 것인가가 유일하게 남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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