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홀딱 벗었어요.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한 여성이 크게 소리지르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일 오전 7시 미국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 앞 거리에서 50여명의 사람이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일부는 옷은 벗고도 넥타이를 맨 채 그대로 서 있었고 다른 일부는 벌거벗은 채 거리에 설치한 의자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었으며 또 다른 일부는 운동을 하거나 빗자루로 거리를 쓸고 있었다. 이들이 이 이른 시각에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옷을 벗은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가 제프리 스로웰이 월가의 부조리를 고발하기 위해 준비한 행위예술 '오큘러페이션(Ocularpation) : 월스트리트'였다. 참가자들은 금융인, 자산관리인, 청소부 등의 역할을 맡았지만 실제 월가의 종사자는 아니었다. 스로웰은 인터넷으로 일반인의 참가 신청을 받았는데 신청이 저조하자 '젊은 누드족'이라는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실제 이날 참가자 대부분은 이 모임의 회원들이었다. 오큘러페이션은 '눈에 보이는(ocular)'과 '직업(Occupation)'의 합성어로, 불합리한 현대의 노동을 들여다보고 탐구하자는 뜻을 갖고 있다.
참가자 가운데 에릭 앤더슨(31), 앤드류 매톡스(20), 크리스틴 콜맨(22)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각각 주식중개인, 건물관리인, 개 산책시키는 사람 역할을 맡았었다. 스로웰은 핫도그 장수 역을 맡았는데 "공연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한 뒤 체포된 세 사람을 만나러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은 체포 이유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의를 준 뒤 이들 세 명을 석방했다.
스로웰은 이번 공연을 위해 1년 이상의 시간들 들여 월가 근로자 200여명을 인터뷰하고 리허설까지 했다. '오큘러페이션 : 월스트리트'는 5분 동안 진행됐는데 참가자들은 처음 2분 동안 완전히 옷을 입고 월가 근로자 흉내를 냈으며 다음 1분 동안은 홀딱 벗었고 그 뒤 2분 동안 다시 옷을 입었다.
스로웰은 공립학교 교사로 은퇴한 어머니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저축한 돈을 날리고 일을 다시 하는 것을 보면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그는 "월가에 투명성이 부족하고 불합리한 점이 많다는 점을 비판하기 위해 이번 공연을 계획했다"며 "월가에서 실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려는 교육적 프로젝트였다"고 자평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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