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확산되면서, 국내 맥주시장의 안방을 장차 외국산에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국내 업체의 점유율(95%)이 압도적이지만, 구매력 높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외국 맥주 쪽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이런 걱정이 기우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호텔이나 고급 음식점엔 외국 맥주, 그 중에서도 일본 아사히를 찾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상당수는 국산 맥주에 대해 "싱겁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내 맥주회사들은 '진한 맥주'의 딜레마에 처해 있다.
한 국내 맥주회사 임원은 "우리나라 맥주 기술력과 품질이 결코 외국 맥주에 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싱겁다는 반응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한 맥주가 좀 더 맥주답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맥주를 진하게 만들면 일반 대중보다는 마니아층만 찾게 되고 시장은 그 만큼 제한될 수밖에 없다"면서 "맛있는 진한 맥주를 만들고 싶어도 그러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맛의 진함뿐 아니라 유통구조의 차이도 있다. 국산과 외국 맥주의 맛 차이는 통상 병맥주나 캔맥주 보다는 생맥주에서 많이 갈리는 편인데, 생맥주의 맛은 절반 이상 보관ㆍ유통상태에 달려 있다.
이에 대해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아사히 생맥주가 더 잘 팔리는 이유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통구조가 선진화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장에서 제품이 출고돼 음식점이나 주점 등으로 배송될 때 트럭에 실려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지만 일본은 예외 없이 일정 온도의 냉장차로 원 상태를 최대한 유지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생맥주를 접하는 호프집 등의 맥주 저장탱크가 비위생적으로 방치되어 있는 점도 국산 생맥주의 맛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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