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의 핵심 일정인 증인 청문회가 무산 수순을 밟으면서 정치권에 특별검사제 도입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조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차명진 의원은 4일 "청문회 증인 채택 합의가 되지 않아 청문회가 무산되면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해 "특검이든 뭐든 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치권 논의에 더욱 탄력이 붙고 있다. 민주당도 우선 국정조사에 주력해야 한다면서도 "특검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특검 불가피론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우선 검찰이 국정조사특위에 저축은행 수사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어서 국정조사가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야가 폭로전으로 불을 지펴 온 각종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이대로 덮을 경우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다만 특검이 실시되려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므로 국조특위 차원을 넘어 여야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국정조사 일정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들어 공개적인 특검 논의는 피하고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 결과를 일단 지켜보고, 결과가 미흡하면 특검을 추진할 수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특검을 거론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도 고위정책회의에서 "한나라당에 핵심 증인 채택 요청을 계속할 것"이라며 "증인을 부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여야가 합의해 청문회 기간을 연장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정조사가 끝나고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 전후에 특검 도입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이날도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협의를 진행했지만 핵심 증인 출석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청문회 7일 전까지 증인에게 출석요구서가 도착해야 하고, 12일이 국정조사특위 활동 시한인 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상적인 청문회 개최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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