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출신의 무하마드 카이룰 하산(31)씨와 마난 메히루네샤 빈테(28 ∙여)씨는 '엘리트 부부'다. 하산씨는 카이스트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고, 빈테씨는 카이스트에서 환경공학 석사를 딴 뒤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하산씨 부부는 정부와 대학으로부터 연간 수천만원 대의 장학금을 지원받고 있다. 빈테씨는 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가능하다면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취업해 살고 싶다"며 "하지만 한국의 비자 취득 요건 등 이민을 위한 법적 절차가 까다로워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저출산 양극화 시대 대비책으로 하산씨 부부와 같은 외국 고급 인력의 이민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저임금 노동자 및 유학생들을 관리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이민 정책을 크게 손질하겠다는 취지다. 총리실은 이를 위해 관련 부처들과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부에서는 이민 정책과 다문화 융합 정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이민청(가칭)'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이민 전담기구 설치 및 외국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한 정책연구 용역'을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민 또는 장기 국내 체류를 선택한 고학력자나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주거 등 생활비용을 일부 지원하거나 한시적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비자 및 영주권 취득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안 등에 대한 연구가 정부 내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로 동남아 등 경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고급 인력을 유치하면 이민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비용이 크게 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등 선진국이 제3세계의 고급 두뇌를 끌어간 사례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안은 '급격한 인구 감소→경제활동 인구 부족→국가 성장 동력 저하' 라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악순환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저숙련 단순노동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시장을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이다. 한국경제개발원(KDI)이 4일 발표한 '외국인력 및 이민 유입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취업 외국인력 70여만명(2009년 말) 중 94%가 저임금 노동자다. 보고서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해 국내 단순 노동자들의 임금은 더 낮아지고, 고학력자의 임금은 오히려 높아지는 등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이민 정책 재검토를 제안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